안개 자욱한 풍경 속에는
늘 떠나는 그녀가 있다.
기억의 인화지에 각인되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모습
꿈속에서도
잡힐 듯 잡힐 듯 아득해지며
안개 속에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비슬산 산자락
참꽃 나르던 나비로
함께 가기도 했었지만
봄 햇살 꽃반지
서로의 날개에 실어
지평의 끝 바라며
오래 비상하기도 했었지만
한순간 서로 엇갈리게 한
안개 속 단층은
나를 늘 가위 눌린
날개로 허우적거리게 하는데
오늘밤도 식은 땀 흘리며
꿈속에 헤매고 있다.
- 2008년 9월 「심상」 신인상 등단작
◇김종근(金種根)=경북 의성産. 심상 신인상(08),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심상시인회 회원, 시집 <홍시>, <모나리자의 미소> 등을 냄.
<해설>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의 상황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말 없는 목격자이다. 하늘은 인간이 내적인 자유를 통해, 영혼이 자연스레 희열의 안개 속으로 깊이 유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랑은 내가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선물이다. 꽃은 신의 얼굴이다. 신의 얼굴을 보려면 꽃의 영혼을 내 꿈속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꽃은 언제나 수줍음을 잘 탄다. 하염없이 지는 꽃잎에 맥없이 지평의 끝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고, 홀로 꽃진 자리 찾아 꽃의 영혼날개를 쓰다듬어 준다. 그러다가도 꽃씨를 받는 날은 마음이 꽃밭일 뿐이다.
안개 속 단층에서 날개를 허우적거리다가도, 아름다움을 만나거나 무언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면 외로워지는 게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하여튼 기억의 인화지가 많으면 상념이 집요하다. 기다리는 것은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과제이다. 모든 존재를 자신만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할 때 비로소 만물의 영장이 된다. 삶이 직조되는 일상에서 좋은 습관 보다 더 강력한 동력은 따뜻한 추억이다. 행복은 다른 게 아니다. 너를 보고 너를 알아 행복하다 말하는 그 순간이 행복이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까진 아닐지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자. 우연히 찾아오는 이 모든 인연의 순간들은 우리 삶의 기적 같은 필연이다. 인연의 끈을 아름답게 이어나가는 것이 삶의 전부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