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에 대한 단상
열심에 대한 단상
  • 승인 2020.08.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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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향해서 힘찬 박수를 쳐준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가 지금껏 배워온 ‘열심’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때문이다. 사전에서는 열심(熱心)이라는 단어를 ‘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여 힘씀’이라고 표현한다. 마음을 이리저리 흩지 않고 하나로 모아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힘을 쓴다는 말이니 얼마나 좋은 말인가? 부모님이나 혹은 선생님들께서 늘 우리에게 하던 말씀이 “열심히 하라”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삶의 자세 중, 아주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열심을 주문받는 사람이나, 열심을 주문하는 사람이나 열심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 결과 우리는 자주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열심’이라는 단어 속에 하나의 위험요소가 있다. 그것은 방향에 대한 문제이다. 같은 열심이라는 말도 방향이 서로 다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열심이라는 말을 삶에 적용하기 전에 방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가장 멍청한 강도라는 제목으로 해외토픽에 올라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는 강도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가게에 들어와 주인을 위협한다고 총을 꺼내다가 총이 반대편 가게 점원에게 넘어가 도리어 그 총을 피해 도망가는 강도도 있었으며,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하기 위해 작은 창문을 통과하다가 꼼짝없이 갇혀 다음날 주인과 경찰에 의해 붙잡힌 도둑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중에 단연 바보 같았던 강도는 금은방에 총기를 들고 물건을 훔치러 왔다가 벨이 울리자 급히 밖으로 도망가던 도둑의 모습이었다. 벨이 울리고 경찰이 출동할 것을 안 강도는 급히 문을 밀어 보지만 열리지 않았다. 발로 차고, 몸을 힘차게 부딪쳐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을 문을 밀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어서 그대로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그 강도는 망연자실하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 장면이 뒤에 연출되었다. 출동한 경찰이 문을 가볍게 밀고 들어와 그를 연행해 간 것이었다. 이해를 돕자면 강도가 그렇게 열려고 했던 그 문은 밀어서 여는 문이 아니라 당겨서 여는 문이었던 것이다. 강도는 열심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라는 말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도둑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하루 일과가 끝이 나면 그는 늘 조용한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오늘 하루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일은 어떻게 하면 더 발전된 모습이 될지를 고민했다. 늘 몸가짐이 발랐고, 단정했다. 그의 직업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그를 칭찬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도둑질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 법정에 서게 되었다. 판사 앞에선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저는 정말 지금껏 한 번도 게으름 피워 본적 없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고, 누구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심지어 남들이 잘 때 저는 일을 했습니다.”이 말만 들으면 그는 참 괜찮은 사람으로 비친다. 그의 말을 듣고 판사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그의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 칭찬해주기라도 했을까? 아니면 잘못은 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형량을 낮추어 판결을 해주기라도 했을까?

도둑의 ‘열심’은 해서는 안 될 ‘열심’이다. 그의 열심의 자세는 더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는 열심이다. 사기꾼의 열심 또한 마찬가지며, 험담하는 사람의 열심 또한 방향이 잘 못 된 열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서울을 가야 하는데 열심히 부산으로 가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무엇을 열심히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열심히 하는가는 ‘열심히’라는 태도를 가지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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