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가는 제2의 임대사업자 사태 될 것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가는 제2의 임대사업자 사태 될 것
  • 승인 2020.08.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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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신경과 의원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2017년 12월 13일 정부는 주택 임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주택 소유자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였다. 세제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상승을 규제하여 전세, 월세시장 안정올 도모하였다. 그러나 그 정책의 결과는 주택 매물의 공급 차단을 가져왔으며 다주택자들의 비과세 회피처의 통로가 되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안타깝게도 불과 3년만에 정부는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폐지하고 말았다. 결국 그 정책을 믿고 따른 주택임대사업자들과 전,월세 세입자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은 쉽게 발표했다가 다시 쉽게 거둘 수 있는 문서 한 장이 아니다.

공자께서 하신 말씀 중에 “말 네 마리가 끄는 전차 천 대를 가진 대국을 다스리려면 일을 정성껏 처리하고, 백성들에게 신용이 있으며, 비용을 절약하고, 백성들에게 일을 시킴에 있어서는 적절한 시기를 골라서 해야 한다”며 정치의 신중함을 강조하셨다.

올 초 시작된 코로나 19 펜데믹과의 싸움에서 숨 고를 여유 없이 다시 가을 대 유행을 준비하는 의료진에게 상의나 협조 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가라는 정책을 갑작스럽게 발표하였다. 많은 시민들은 이러한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이 결국 밥그릇 싸움 때문에 환자들을 내팽겨 진다고 생각하여 분노하였다. 정말 우리나라는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충이 필요할 정도로 의사수가 부족한 것일까?

실제적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 인구 당 의사 수는 적은 편이 맞다. 그럼 의사수를 늘여서 소위 ‘3분 진료’를 없애고 의료취약 지역에도 많은 의사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러나 단순히 ‘의사 수’만 고려하기에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의료 제도가 있다. 바로 나라가 인건비를 전혀 고려해 주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저수가 제도이다. 수술비나 진료비가 미국의 1/10, 일본의 1/5정도로 이루어진 저수가로 하루에 많은 환자를 보고 많은 검사를 해야만 병원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구조가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저비용 고효율로 만들어 다른 나라 환자들이 부러워하는 의료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의료진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 많은 병의원들이 갈수록 경영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가 줄고 의사수가 점점 늘어나는 미래에서는 이러한 의료 시스템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의대 정원을 늘이게 되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저수가 의료 환경에서 의료서비스의 지역불균형 해소 및 필수의료 확층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선택적 수가체제의 변화이다. 남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중증 외상 분야나 의료 취약 지역에 의료수가를 충분히 올려 주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좀 더 쉽게 인원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의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발표해서 결국 실패해버린 주택임대사업자 정책과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 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는 무주택자, 다주택자였다면, 이번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실패 피해자는 우리 국민 모두 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든 의료 정책이든 책상에서만 만들면 안된다. 소위 ‘임장’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실수요자, 그리고 투기꾼의 심리를 알아야 정말 진짜 현실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이제 두 번 다시 실수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의료 현장에 나와야 한다. 여러 의료인들을 만나고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병원의 살아있는 움직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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