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한 계절을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또 한 계절을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승인 2020.08.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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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8월 30일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대구시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이었다. 대구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30명에 이른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156일 만에 다시 무더기 확진자의 등장에 이어 그중 29명이 동구의 특정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라는 점과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교인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지난 2월의 신천지 집단감염의 악몽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가장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학교마저 위태로워졌다. 이미 동구 소재 교회의 교인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확진자가 다닌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있었다. 해당 학생이 다니던 학원에 대한 검사 여부까지는 아직 발표된 바 없다.

하루 확진자 700여 명이 넘어서던 그때와 비교하면 비교적 적은 숫자라 생각할 수도 있다. 서울 114명, 경기 77명과 비교했을 때 숫자도 적다. 하지만 인구대비를 생각해보면 서울과 경기 지역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다시 시작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런데. ‘당신이 백신’이라던 대구시민의 현재는 어떠한가? 일부 카페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이 보이고,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걷는 이들이 보이기도 한다. 동성로 일부 클럽에서는 서울에서 원정 온 이들로 평소보다 더 많이 붐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의료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지난 2월과 3월의 1차 감염 사태를 이겨낸 것은 ‘천우신조’였다”고 말한다. 많은 의료인과 봉사자의 땀과 대구시민들의 스스로 격리가 극복의 힘이 되었다. 그때는 모두가 대구를 바라보고 있었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확진자에 해당 지자체는 당면한 상황을 해결해 나가기에도 역부족이다. 대구의 상황은 온전히 대구에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지난 1차 감염 사태의 경험 덕분에 대구시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조금 더 적극적이다. 일부에서는 동구의 특정 교회명을 일찍 발표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확진자를 역으로 추적해 해당 교회를 찾아내고, 교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까지 빠르게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대구시민들은 어떠한가? 대면 예배를 자제해달라는 대구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를 진행한 까닭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 일부는 여전히 진단 검사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 시간에도 거리를 활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음식점을 드나들고 있다. 경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법을 마련하여 실천할 때 경험은 약이 된다. 반면 경험에서 비롯된 익숙함은 긴장을 풀어 방심을 불러온다. 이렇게 경험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한번 해 봤으니 다음에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오만이다. 마스크가 부족해 한번 쓴 마스크를 걸어 두었다가 다시 사용하던 그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하는 외출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회만 있으면 손을 씻었고, 손 소독제가 눈에 띌 때마다 사용했다. 무엇보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매일 아침을 체온 측정으로 시작했다. 경험이 재산이 되었을 지금 우리는 가끔 마스크를 잊고 외출하기도 하고, 손 소독제나 체온계를 보고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도 즐기며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숨죽여 보낸 2월과 3월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시민 모두가 코로나 이전의 대구로 더 빨리 회복하려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보다 코로나의 완전한 극복이 먼저다.

대구시민에게 지난봄은 잃어버린 계절이다. 모두가 숨죽이고 집안에 머물러야만 했던 그때는 두려움의 크기도 컸다. 지난봄의 경험 덕분에 두려움의 크기는 줄었고, 왜 집에 머물러야 했는지 이유도 알게 되었지만 답답했던 그 기억 또한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새로운 계절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집안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 서 있다. 한번은 운이 좋았다 할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운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경험으로 얻은 익숙함을 버려야 한다. 익숙해진 재난안전문자를 꼼꼼히 살피고, 개인위생과 마스크를 다시 한번 챙기자. 조금씩 가까워진 사회적 거리를 바로잡고, 사람이 많은 곳은 가능한 피하자. 내가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다시 오지 않도록 이제는 지난 경험의 익숙함을 버리고 낯섦으로 일상을 살아야 한다. 지난봄처럼 다시 또 한 계절을 잃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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