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시작의 설레임
9월, 시작의 설레임
  • 승인 2020.09.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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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다.

독서의 달이자, 걷기에도 좋은 날씨다. 더운 여름동안 지친 몸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코로나로 시작된 올해는 다수에게 위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이제 그 기회를 살피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게 아니고, 견고해 보이던 것이 견고하지 않았다. 동경하던 이웃 나라들의 상황을 얼핏 보아도 그렇다.

앞으로의 삶은 무엇보다 내가, 우리가 건강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증유의 상황에서는 외부의 자극이 있더라도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마음 건강, 웃음과 여유는 몸 건강에서 나온다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멀리있는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 중요한 일상은 정치권력도 마찬가지이다. 청와대의 좋은 계획보다 주민센터의 작은 결정들이 우리 삶을 이롭게 할 것이다.

기본적인 복지계획은 국가가 세우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지역이 하기에 지역의 제대로 된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강한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자치를 위한 분권이 법으로만 존재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기성세대도 비대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30년 넘게 분권운동 해온 분이 자치분권의 장벽을 느끼고, 더구나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무력감만 느낀다고 하소연 하는 상황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지방자치를 위한 새로운 시작들을 본다.

김두관 의원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지난 31일 대표 발의했으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외쳐온 풀뿌리 행정가 염태영 수원시장이 집권당의 최고위원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 실질화를 대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문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하는 등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된 논의과정 및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지방정부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여전히 소극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기대가 컸었던만큼 그 이후 보여준 집권당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발의한 전부개정안에는 조례 제정 범위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개방하고, 지방정부 조례제정권을 크게 확대했다. 더불어 기존 읍면동장 선임 방법을 조례에 위임해 실질적인 주민자치 실현이 이뤄지도록 했다.

읍·면·동 단위의 지역회의를 하다보면 읍·면·동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역사업의 최고 의사결정자이기 때문이다. 지역 단위에서의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지고, 지속성있게 추진되려면 이들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풀뿌리지방자치를 위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 함께 표기할 수 있는 근거 조문을 신설했다는 점은 지방자치의 의의를 다시 짓는 일이다. 자치단체와 정부는 그 의미가 천양지차이다. 이를 혼용하는 가운데 지방자치의 의미가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행정학자 사이에서도 첨예했던 문제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발의는 특히 기초의원과 지자체장 출신 국회의원이 개정안 공동발의에 대거 참여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 지방분권에 대한 입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집권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염태영 시장은 30년 지방자치의 성과라며 소감을 밝히며 현장 목소리가 정책마다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 정치와의 소통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행정적으로는 중앙부처가 담당하던 400개 국가사무가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으로 주체가 바뀐다. 지역에 권한과 일거리가 주어지는 바람직한 상황이다.

공무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주민을 위해 봉사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이 가을 우리가 다시 시작하기에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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