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단계별로 대처법을 달리해야
상처는 단계별로 대처법을 달리해야
  • 승인 2020.09.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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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모든 사람이 제 각각, 자기식대로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참으로 상처가 많은 세상이다.

상처를 받았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상처는 빨리 아물게 해서 낫도록 하는 것이 최고다. 그렇다면 치료를 위해서는 상처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낫기까지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별로 대처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상처를 받은 초기나, 시간이 한참 지난 말기 시점이나 똑같은 대처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면 상처가 낫기는커녕 더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오늘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대처법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려 한다. 그 과정을 발목을 삐었을 때와 비교해보면서 설명을 이어나가 보겠다.

산길을 걷다가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발목은 부어오를 것이고, 급기야 걷기조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약간의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초기의 대처법과 이후의 대처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냉찜질이다. 얼음이나, 시원한 파스 종류를 붙여줌으로써 충격이 가해진 부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은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있고, 부어오른 근육이나 신경, 혈관 부위 등의 수축을 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쳤을 때 초반에는 무조건 냉찜질을 통해 안정을 시켜준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수술을 하지 않는다. 부기가 가라앉아야 수술을 할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발목을 삐었을 때 1단계는 냉찜질, 시원한 치료법을 사용하고, 2단계는 온찜질 뜨거운 치료법을 해야 하며. 3단계는 침이나 부항. 아픈 치료법을 사용한다. 그래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4단계 깁스나 수술 등으로 상처부위를 전면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사람으로 인해 마음을 다쳤을 때도 처음에는 냉찜질과 비슷한 대처방법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즉, 1단계 냉찜질을 통한 대처법이 '시원함'을 통한 대처법이라 표현한다면 사람에게 상처 받았을 때도 초기 1단계에서는 시원함을 가져다주는 대처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상대방을 욕하는 행위,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행위 등이다. 그러면 속이 시원할 수 있다. 상처 받은 처음부터'내 잘못입니다'라고 감정을 꾹꾹 누르는 것은 안 그래도 아픈 상태인데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방법이다. 초기 1단계는 원인을 살짝 바깥으로 돌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 방법은 딱 초기 단계에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상처에 약간의 진정효과 수준이지 이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사람과의 갈등으로 아파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시간이 지나도 1단계 치료법에 여전히 머물러있는 사람이 많다. 마음을 다친 지 벌써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1단계 치료법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여전히 냉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원한 치료법은 1단계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는 조금은 뜨겁지만 온찜질의 뜨거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원인을 자신에게서 한번 찾아보려 노력해야 한다. 왜 내 책임이냐고 생각 들겠지만 모두 각자 자기대로 상처를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일 수 있는 것이다. 뜨거운 치료법이라 답답할 수도 있지만 낫기 위해서는 온찜질을 해야 한다. 이때가 "내 탓이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후 3단계에서는 아픔을 통한 치유를 해야 한다. 따가운 침이 살을 파고들어 치료를 하듯이,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잘못한 부분이 찔려야 한다. 흔히 말하는 '뼈 때리는'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부항으로 곪아있는 피를 뽑듯, 곪은 감정의 덩어리를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래도 안 될 때는 깁스를 하거나 수술을 통해서 치료해야 한다. 시기에 따라 대처법을 달리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늘 똑같은 대처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면 치료는 절대 되지 않는다.

낫고 싶은가? 그럼 1단계에 그만 머물고, 이제는 2단계, 3단계로 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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