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성난 민심… '파업 병원 보이콧' 사이트도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성난 민심… '파업 병원 보이콧' 사이트도
  • 조재천
  • 승인 2020.09.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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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가 정책 철회를 고수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 가고 있다. 휴진으로 발생한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잇따라 숨지자, 온라인에서는 ‘파업 병원 보이콧’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의료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업 병원 보이콧’ 사이트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차 집단 휴진을 진행 중이던 지난달 27일 개설됐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진료 거부 병원 제보 △진료 거부 피해 사례 △파업 찬성/반대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아직까지 많은 글이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의협이 오는 7일부터 3차 집단 휴진을 예고한 만큼 진료에 불편을 느낀 이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이트의 ‘진료 거부 병원 제보’ 게시판에는 서울 58개, 경기도 34개, 부산 13개, 인천 4개, 대구 1개 등 총 124개 글이 게시됐다. 대구 지역 진료 거부 병원을 제보한 누리꾼은 “지역 4개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 중이다. (병원 측은) 일손이 딸려 외래 진료와 수술을 모두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 병원에 절대로 진료받으러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진료 거부 피해 사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또 다른 누리꾼은 “어머니가 일주일 전에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아 당장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신규 입원 환자는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전공의·전임의)들의 파업이 언제 끝난다는 기약도 없지 않느냐”면서 “자신의 가족이 말기 암 판정을 받아도 (진료를 뒤로하고) 파업에 참여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 ‘맘카페’에서는 의료계 집단 휴진에 참여한 병원의 이름을 모은 ‘블랙 리스트’가 작성돼 공유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휴진에 참여하는 병원과 정상 진료하는 병원의 명단을 정리해 게시물을 올렸고, 명단은 회원들의 쪽지나 댓글 내용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됐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은 오롯이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는 약물 중독 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생했지만, 의료기관 13곳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심정지에 이른 환자는 다행히 인근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호흡을 되찾았으나 다음 날 다른 지역 병원 중환자실에서 끝내 사망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집단 휴진으로 성난 민심에 대해 “의사의 단체 행동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집단 행동을 하게 된 과정과 이유에 대해 좀 더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파업병원 보이콧 사이트 1
파업병원보이콧 홈페이지 캡처
파업병원보이콧
의료계가 집단 휴진하면서 발생한 진료 공백으로 불편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파업 병원 보이콧’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의료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업병원보이콧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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