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의 짝 구하기 - 당신은 누구와 마음을 맞추고 있는가
두루미의 짝 구하기 - 당신은 누구와 마음을 맞추고 있는가
  • 승인 2020.09.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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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야생동물들은 자신의 짝을 어떻게 구할까요? 힘이 센 놈이 제 마음대로 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들만의 문화에 따라 순리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로 게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헌신이었습니다. 일전 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동물의 세계를 방영하였습니다. 이 날의 주제는 야생동물의 짝짓기였습니다.

먼저 붉은 여우의 짝짓기였습니다. 눈 덮인 설원에서 붉은 빛을 띤 여우들이 서로 상대방을 탐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여우가 다른 여우의 뒤를 따랐습니다.

따라간 여우는 수컷이었습니다. 앞서가던 암컷은 계속 꽁무니를 빼면서도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아량을 보였습니다. 이윽고 나무 밑에 이르자 수컷이 암컷의 몸에 앞발을 얹었습니다. 그러자 암컷은 돌아서서 수컷의 발을 떨쳐내었습니다. 수컷은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암컷은 다시 떨쳐내며 할퀴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러기를 여러 번 한 끝에 마침내 암컷은 꼬리를 내리며 수컷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마침내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동안 여우의 암컷은 수컷의 힘과 집중력을 실험했던 것입니다. 암컷은 수컷이 자신을 제압하고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에는 바우어 새(Bower birds)의 전략이 소개되었습니다. 바우어 새의 가장 큰 전략은 둥지를 정자(亭子, Bower)처럼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둥지 둘레에는 형형색색의 온갖 플라스틱을 물어와 장식을 하였습니다. 암컷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수컷은 자기 취향에 따라 물어오는 물건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사파이어 블루의 진한 청색만 물어오는 수컷이 있는가 하면 주황색 계통의 플라스틱만 물어오는 수컷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바우어 새는 색감에 대해 매우 민감한 듯 보였습니다.

바우어 새가 짝짓기에 성공하려면 둥지를 짓는 건축 기술과 둘레를 장식하는 색감을 길러야 하는 게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전략도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목소리를 곱게 다듬어 사랑어린 노래를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노래 소리가 거칠면 안 된다는 자세였습니다. 즉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루미의 구애 장면이었습니다. 두루미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상대방이 오른쪽으로 두세 걸음 날개를 펄럭이면 자신도 두세 걸음을 왼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마치 태극(太極)의 음(陰)과 양(陽)이 맞물려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아니, 저 두루미들이 언제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익히고 저리 실행이 옮기는 것일까?’

상대방이 고개를 뒤로 젖히면 구애자도 뒤로 젖혔습니다. 상대방이 가볍게 뛰어오르면 구애자도 두세 걸음 뛰어오르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마치 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듯 상대방을 따라하였습니다.

또한 가끔씩 두루루 두루루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래서 두루미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구애자도 똑같이 그 노래를 따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래가 여러 번 반복된 끝에 암컷은 마침내 꼬리를 내려 마침내 구애자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서로가 구애자인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루미의 춤은 참으로 우아하였습니다. 그래서 민속춤으로 개발될 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요컨대 두루미의 짝짓기는 너와 내가 얼마나 같은가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동작도 같아야 하지만 흉내 내는 목소리도 비슷해야만 하였습니다. 이는 곧 한 번 짝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는 반려자를 찾는 거룩한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짝을 찾아 후손을 남기지만 두루미만은 서로가 통하는 짝을 만나 평생 의지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순간, 우리는 어떠한 사람과 마음을 맞추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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