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 찾아…여행, 프라이빗해지다
안전한 곳 찾아…여행, 프라이빗해지다
  • 정은빈
  • 승인 2020.09.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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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각광받는 캠핑
독립 공간서 외부 접촉 최소화
소수 인원만 모여 즐기기 좋아
가이드 동행 단체 관광객 감소
전국 야영장업체 수 소폭 증가
 
사이즈 다시-캠핑카
대구관광협회는 지난 6월 '비대면 대구관광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캠핑카 제작업체와 4가지 유형의 캠핑카 50대를 제작해 이를 활용한 새 관광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사진은 제작업체가 선보인 캠핑카 유형 중 1가지. 정은빈기자

 

[창간 24주년 특집...코로나가 바꾼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변화하는 ‘바캉스 지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일상이 바뀌고 있다. 대면 모임이 줄고,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가정, 직장, 사회생활은 물론 모임이나 여가를 보내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식업계나 여행관광업계는 휴폐업이 속출하는 등 미증유의 불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코로나 쇼크’로 국내 산업 전반이 내려앉은 가운데서도 뜻밖에 수혜를 누린 분야도 있다. 캠핑(camping·야영)업도 그중 하나다. 휴가철마다 부지런히 해외로 나가던 사람들은 하늘길이 끊기자 국내로 눈을 돌렸고, 어떤 이들은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오지(奧地)를 찾아 나서고 있다.

◇집회, 예배, 전당 대회도 온라인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강화될수록 대면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나라에서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코로나19는 정부가 나서 대인 간 접촉 기회를 차단할 만큼 위험한 질병이다. 방역 당국이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하고 생활 방역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매번 강조하는 이유도 정부 지침만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2차 총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에서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율이 낮았던 이유 중 하나로 한데 모여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는 거리 집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 확산와 함께 각종 거리 집회는 온라인 집회로 전환되고 있다. 누군가는 온라인 집회를 잘만 기획하면 거리 집회보다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집단 감염이 지역 사회로 전파되면서 종교 시설에 대해 ‘집합 금지’ 행정 명령을 내린 지자체도 있다. 대구시도 지난달 29일 밤 긴급 재난 문자로 “8월 30일 대구 소재 모든 교회는 집합 금지”라며 “모든 예배를 비대면(온라인)으로 전환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알렸다. 지난 1차 대유행에 이어 지역 모든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정치권에선 사상 첫 온라인 전당 대회가 열렸다. 보통 전당 대회라고 하면 수많은 지지자와 당원이 체육관을 가득 채운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 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인 사람은 10명 안팎이었다. 2년간 임기를 마친 이해찬 대표는 물론 이낙연 신임 당 대표도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신임 대표의 수락 연설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변화된 모습 가운데 하나다.

◇ 대면 모임 감소로 외식업계는 ‘울상’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수준의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를 ‘천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선포했다. 정부 지침대로 서울 소재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등 16만 5천686곳은 해당 기간 동안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포장이나 배달만 허용된다.

대구시도 지난달 30일 오전 0시 기준 지역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대로 급증한 데 따라 수도권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할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30일 “우리 시도 사랑의교회(동구 효목동)를 통해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분들의 직업과 이동 동선을 보면서 시민들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역 외식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방역 지침 강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구 대봉동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정준(38)씨는 “올 초부터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크게 감소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가게 운영 유지도 힘든 형편”이라며 “서울처럼 밤 9시 이후 손님을 못 받게 되면 우리 같은 술집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둘러 배달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광업 한숨 속 최대 수혜 누린 캠핑업계

코로나19 발생 후 국내 관광산업은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 6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관광사업체현황조사에 따르면 관광사업체는 1분기(1~3월)보다 410개소 감소한 3만6천802개소로 나타났다.

여행업체는 2만1천620개소로, 1분기에 운영된 사업체(2만2천115개소) 중 495개소가 사라져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국내여행업체는 6천640개소로 228개소 줄었고, 국외여행업체는 9천76개소로 269개소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전체적 양상과 달리 야영장은 증가했고, 숙박업소는 감소폭이 적어 선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패턴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별로 여행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일반야영장업체(캠핑장)는 40개 늘어난 1천964개소로 집계됐다. 관광편의시설업체도 4천581개소로 87개 증가했다. 이 중 관광지원서비스업체는 127개소로 66개소, 관광식당업체는 1천779개소로 28개소, 한옥체험업체는 1천418개소로 23개소 각각 늘었다.

관광숙박업체는 2천240개소로 1분기(2천245개소)와 유사했고, 관광펜션업체는 605개소로 소폭(15개소) 줄었다.

◇ 신혼여행 축소·생략… 국내 선택한 신혼부부들

여행에 제한이 커지면서 신혼여행 패턴도 바뀌었다. 결혼식 후 1~2주간 신혼여행을 가는 일은 정해진 순서 같았지만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일이 흔해졌다. 신혼여행을 가더라도 선택지는 세계적 휴양지나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 국내로 좁아졌다.

지난 6월 결혼한 김모(여·31·대구 달서구)씨는 강원도로 3박4일간 짧은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지역을 오가기 부담되는 상황이지만 신혼여행을 생략하기는 아쉬워 비교적 한산한 곳을 선택한 것.

윤모(여·30·대구 동구)·김모(31)씨 예비부부는 오는 9월 중순으로 잡힌 결혼식을 미루지 않는 대신 신혼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윤씨는 “신혼여행은 나중으로 미뤄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된 후 마음 편히 가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국내 중에도 번화한 도심이 아닌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제주도, 강원도 등으로 몰렸다. 특히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은 지난해를 넘어섰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광객입도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16일까지 3번의 주말(6일)간 입도 내국인은 26만9천3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9천82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 관광업계도 ‘언택트’ 여행 활로 모색
 

관광업계 새 길 개척
캠핑카 제작업체와 업무협약
4개 유형의 캠핑카 50대 제작
관광지 연계 비접촉 코스 개발
관광공사, 언택트 관광지 선정

관광업계는 언택트(untact·비대면)와 여행의 융합을 가라앉은 업계를 다시 활성화할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월 1~19일 여행주간을 앞두고 경북 영덕 벌영리메타세콰이어길과 경기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인천 교동도, 제주 고살리 숲길 등 ‘언택트관광지 10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구지역 관광업계도 언택트에 초점을 맞춰 활로를 찾아 나섰다. 대구관광협회는 지난 6월 캠핑카 제작업체와 캠핑카를 활용해 여행코스를 공동 개발하는 ‘비대면 대구관광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구관광협회는 4가지 유형의 캠핑카 50대를 제작하고 대구 안팎의 캠핑장, 관광지를 코스로 묶은 관광 상품을 개발해 마케팅할 계획이다.

김태규 대구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관광업계도 굉장히 어려워 졌다. 이제 단순히 여행 목적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기존 관광 상품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코로나19가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야외활동이 다 비대면 방식으로 옮겨가니 여행도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이런 경향이 여행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찾도록 요구하고 있고, 기존의 것을 대신할 것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정은빈·조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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