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승인 2020.09.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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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정명희
대구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9월이 활짝 열렸다. 창으로 보이는 들에도 가을빛이 묻어난다. 초록빛에 연한 갈색이 섞여 서늘한 바람에 흔들린다. 뜨겁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으니 이제 잠시 숨을 고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경쾌한 음악이 울린다. 병원을 들어설 때 음악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를 모두 기분 좋게 시작하면 좋지 않으랴. 아무리 마음 무거운 날이더라도 날마다 웃음을 잃지 말고 살기로 하자. ‘월요일은 원래 웃는 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는 날, 수요일은 수줍게 웃고, 목요일은 목젖이 보이도록 시원하게 웃어보자. 금요일에는 주말이 다가오니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엔 귀여운 토끼처럼 웃으며 무사히 일요일을 맞자. 일요일이 되면 일어나자마자 웃고 또 웃으면서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며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시대적 사명을 띤 일들이 쌓여있더라도 근심 걱정으로 우울해하다 보면 정말이지 상하는 것은 건강이지 않던가. “인생이 별거야?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어쨌든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일에 끝은 있으리.″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는 웃어보자. 웃으려 노력하며 살다 보면 안 될 일도 잘 풀리고 어느 순간, 다 잘 될 것이니.

7월 말 갑작스러운 정부 여당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추진’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극심하게 갈등했다. 전공의, 전임의들은 거리로 나가 부조리함을 따지며 온몸으로 항거했다. 4일 보건복지부와 더불어 민주당, 의사협회가 협상 끝에 해당 의료정책의 추진 중단과 의정 협의체를 통한 논의 등이 반영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일단은 봉합되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휴진 중인 대한전공의 협의회는 “합의 사항이 사전의 합의 내용과 다르고, 협상 과정에서도 전공의 협회장이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합의문 서명식장 앞에 전공의들이 ”졸속 합의 반대합니다.“ , ‘우리는 합의한 적 없다’ 는 손 팻말을 들고 복도를 가득 메웠다고 하니….

세상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비밀, 정답, 공짜라고.

‘세상에 비밀은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은가.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이 없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서양 속담도 따지고 보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이지 않은가. 정직을 강조하는 교육도 실상 도덕적 삶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세상 복잡한 일도 정직하게 접근하면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매우 실용적인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뉴스를 대하다 보면,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새로운 놀랄 일들이 나타난다. 얼른 슬쩍 졸속으로 해치워버리고 밀어붙여 버리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을까. 정말이지 세상에 비밀은 없다. 직역 당사자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협의하여 결론은 내도 될 일을 신종 코로나 감염병이 아직 끊이지 않는 이 시국에 그 중차대한 일을 얼렁뚱땅 해치워버리려고 하다니, 조용히 자기 일하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조차 순간순간 분노케 한다.

둘째,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던가. 하나를 베풀면 그것을 갚기 위해 마음의 빚으로 남든, 금전적으로 어찌하든 되돌려주게 되어 있지 않은가. 뭔가 성취를 하려거나 어려운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희생과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설명하는 것이리라. 온몸으로 가치를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으며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셋째, ‘정답은 없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지만, 복잡한 세상에서 그 답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과학세계인 의학에서도 과거엔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연구를 거듭하여 발전하면서 그 치료 방법이 정답이 아닌 경우도 생긴다. 세상은 다양한 견해의 충돌과 경쟁을 통해 발전해나가기 마련이다. 내 의견과 다른 사람을 향해 공공연한 적대감을 보이며 적폐로 몰아가거나 교묘한 폭력을 가한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야 우리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세상에 정답이 없다는 태도는 다원화된 민주사회를 더욱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 삶의 자세일 것이다.

문득, ‘멀리서 빈다.’던 시가 맴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중략//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태풍의 눈 속 같은 나날이더라도 한줄기 마음의 위로 받으며 생활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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