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머리
쓰린 가슴
허 하다
울컥 눈물이 난다
쌀독엔 쌀이 있다
냉장고엔
손만 내밀면 먹을
음식이 있다
창밖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눈이 부시다
날아가고 싶다
기대고 싶다
손잡고 바라보고 싶다
자세히 보면
무엇이 보일까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생은 길게 흐를 것도 유념치 않은 채, 흘러온 물살만큼의 크기 그대로 돌고 또 돌아간다. 삶을 운행하는 보이지 않는 진실의 법칙은 하루에 수 십 번씩 나타났다가 흔적만 살짝 보여준 채 바람처럼 사라지고, 사람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며 무지로써 위험한 자기만의 법칙으로 살아간다. 외로움의 빈 감정을 채우기 위해 찾는 모든 관계는 결국 미성숙하고, 의존적이며, 중독적 애정에서 근원한다. 이는 불가피하게 자유와 권리를 해치며 그 관계에 종속된 개인의 성장을 위협한다. 외로움은 저주도 아니며, 징역형도 아니다. 우리는 자기 생각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 자연 발생이 더 낫다. 성숙된 단계에 이르는 것들이 때가 되어 넘쳐흐를 때, 자연 발생에 충만한 기쁨이 있다. 고독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사랑하는 대상과 더 잘 교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다. 고독은 모든 사람들이 감사히 여겨야 할 가치이다. 매일매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소박하게 살면 된다. 살아가는 일에는 어떤 대의명분도 없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