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갑자기
  • 승인 2020.09.0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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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공원 산책 가는 길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어둑어둑한 구름이 떼지어 허공을 점령하더니

대낮인데도 하늘이 온통 먹구름이다

천둥이 쿵쾅 거리더니 번개가 켜졌다 꺼졌다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돌처럼 떨어졌다

낮은 지붕들이 벌떡 일어났다

신을 모셨던 내가 나를 못 이겨 지은 죄

낱낱이 들춰져 내게 들이댄다

수많은 내가 와르르 달려온다

더 들킬까봐

소나기 뛰는 소리보다

우사인 볼트* 보다 더 빨리

숨을 곳을 향해 마구 달렸다

*자메이카 100m 육상선수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몇 분전까지 천둥 번개에 물폭탄으로 가슴을 놀래키더니, 언제 그랬냐 듯 쨍이다. 알 수 없고 어이없는 여름. 장수풍뎅이인지 장수하늘소인지 위험하게 선을 넘는 녀석이 있어, 멈춰서 나무위에 올려 줬는데, 녀석의 당랑거철(螳螂拒轍)을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현실주의. 덧없는 꿈과는 차원이 다른 상상의 능력은 무한한 도전의 힘을 허용한다. 이는 불가능의 세계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인간의 세계를 차원 높은 세계로 끌어올리는 마력은 현실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뛰어넘어, 아직 가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세계를 꿈꾸는 매력이 있다. 좋았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쁜 순간에 위로가 되지 못하듯이, 나쁜 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조금만 더 버티면 영원할 것 같은 고통도 결국은 다 지나간다. 그리고 다 지나왔구나 하고 뒤돌아보는 날이 온다. 모든 것은 오고 가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굳이 좋게 또는 나쁘게 보아야할 이유가 없다. 힘든 상황을 언제나 나쁘게 보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은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비 오는 날엔 물방울 연주 들으러 연밭으로 가자.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자. 바람 불때마다 느껴지는 바다내음은 추억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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