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는 동행이 더 박수를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경쟁보다는 동행이 더 박수를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 승인 2020.09.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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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2017년 12월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선수 두 명이 1위 2위를 다투며 마지막 결승점을 200m 앞에 두고 있었다. 그때 1위로 달리던 선수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1위로 달리던 선수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순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한 발짝 뒤에서 2위로 달리던 선수가 1위 선수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는 주저함 없이 달리던 것을 함께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는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다 왔어요. 포기하지 마세요. 골인 지점이 바로 눈앞에 있어요. 제가 붙잡아 드릴 테니 저와 함께 달려가요” 물론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경기 중에 있었던 그녀 둘만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 선수의 몸동작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또렷이 들리는 듯했다.

이후 넘어졌던 선수는 부축을 받고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달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총 8번의 비틀거림과 다리 풀림 현상이 있었다.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한 끝에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장면은 그녀를 부축해서 달리던 2위의 선수가 여전히 1위로 골인하는 선수의 한 발짝 뒤에서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있었던 것이다. 2위로 달리던 선수는 넘어진 그녀가 1위로 통과한 후에야 결승선을 통과했고, 나아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한 그녀를 향해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2위로 골인한 선수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그 박수는 먼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한 1위 한 선수를 향해서 쳐주는 박수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2위를 한 선수를 위해서 쳐주는 박수였다. 만약 2위 선수가 조금만 덜 정의로웠다면, 아니 그냥 경쟁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자신의 길을 갔다면 분명히 그녀는 1위를 해서 많은 상금과 영광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2위 한 선수에게 더 많은 박수를 쳐주었다. 그 영상을 보고, 순간 나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내가 흘린 눈물은 ‘아직 우리 세상이 그렇게 팍팍하지만은 않구나. 아직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에 흘린 눈물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저랬으면 좋겠다는 ‘그리움’에서 흘린 눈물이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는 경쟁만 하고 있다. 줄을 세우고 서로 경쟁을 부추겼다. 그 경쟁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경쟁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으로 전락시켜버렸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을 승자라 치켜세웠다. 잘못된 방법을 통해 이기든, 짓밟고 올라가서 이기든, 과정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새 과정은 외면했고,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도태되는 사람에게는 위로나 격려 따위는 기대하기도 힘들어졌다. 조롱과 놀림이 따랐고 더 심한 경우, 벌을 받아야만 했다. 위에서 소개 한 마라톤 경기 영상 속에 잠시 비친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본인이 정말로 바라는 세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득이 될까, 실이 될까를 계산 놓지 않고 그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게 되면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1위로 골인한 사람에게만 박수를 쳐주는 것이 아니라 쓰러진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기회를 내어준 2위를 한 선수에게 더 많은 박수를 쳐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아가 뒤 이어 들어오는 모든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쳐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쟁보다 동행이 더 박수를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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