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정류장을 ‘몽마르뜨언덕’으로
동부정류장을 ‘몽마르뜨언덕’으로
  • 승인 2020.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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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대구시환경녹지국장
우리 고유명절인 추석이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동부정류장에 모여들었다. 2~3시간 걸리는 먼 거리도 아랑곳 않고, 발 디딜 장소만 있으면 비비고 탔다. 고향 간다고 애써 장만한 새옷은 수세미처럼 구겨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고향이 좋아서 희죽 웃음부터 새어 나왔다.

이처럼 동부정류장은 대구, 경북 시도민의 애환이 서린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정류장도 세월에 떠밀리고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판이다. 1975년에 첫 문을 열고, 2016년 12월 12일에 폐장된 41년 성상.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이다. 서울, 부산, 인천은 물론 웬만한 도청소재지 도시에는 갈 수 있었고, 어느 때고 고단한 몸을 의탁하면 군소리 없이 반가이 맞아주던 곳이다. 면적도 4천500여 평(14,749.3㎡)으로 넓고, 경북, 경남 전역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서부, 남부, 북부 정류장과는 확연히 차별화되었다. 게다가 인근에 대구고속터미널, 동대구역까지 포진함으로써 대구의 대표적인 교통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반면에 40여 년간 그 많은 매연과 교통번잡을 겪어왔던 동구 구민의 희생도 컸다.

이제 이 동부정류장을 시민의 가슴에 안겨줄 차례다. 역사의 뒤안길보다는 대구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시킨다면 그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것 같다. 필자는 프랑스 파리의 명물거리인 ‘몽마르뜨언덕’과 같은 문화공원조성을 제안한다.

어쩌면 동구주민에 대한 큰 의미의 보상도 되고, 대구의 상징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도심에 이렇게 좋은 공간은 천금을 주고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사익도 중요하다. ‘용도지역’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엄청난 이권이 달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성구 만촌동의 (구)남부정류장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 해주었으면 동부정류장은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대구도시계획을 책임지는 권영진 시장의 선택이 어려운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구의 미래와 발전에 초점을 맞추면 그 답은 간단하다. 동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대구’, 시민은 답답하다. 예전에는 ‘대구’하면 ‘사과’였는데 지금은 ‘대구’하면 생뚱맞은 ‘대프리카’다. 전국 3대 도시, 영남의 중심도시에 문화의 상징 하나 없어서야 될 말인가. 물론 천년고찰 동화사, 갓바위, 불로고분군 등등 문화유적은 많다. 하지만 대구미술관은 한적한 곳에 뚝 떨어져 있고, 청년들이 끼를 발산할 음악거리 하나 없다.

평창군은 ‘이효석문학관’ 하나로 전국의 관광객이 모여드는데 대구는 ‘현진건문학관’과 같은 유명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도 하나 없다. 역대 시장과 현 시장 모두 문화사업에는 열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문화를 아우르는 시스템적 접근이 부족해서일까? 답답한 것은 입만 열면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작 청년이 모이고 머무를 문화공간은 시쳇말로 ‘꽝’이다. 그러니 청년은 서울로 가고, 노인층만 두터워질 뿐이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언덕은 사크레퀘르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 주변에 줄지어 서 있는 음식점, 음악, 춤, 그림 등 문화의 거리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캉캉 춤으로 유명한 붉은 풍차 집 ‘물랭 루즈’, 오페라에서 재즈까지 다양한 능력을 발휘한 ‘다리우스 미요의 집’, ‘블랑셰 광장’ 등등. 여기다 예술가들의 아틀리에가 많은 라비냥가(街)가 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예술 활동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세계인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지로 이름이 났다.

필자가 25년 전 몽마르뜨언덕을 처음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길거리에 초상화를 그려주는 젊은 화가와 모델, 청바지에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청년들…. 단번에 청년들의 문화거리로 각인 되었다. 보수색채가 짙은 침체된 지역 문화사회에 젊은이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색하는 청춘광장이 들어서면 얼마나 좋을까?

마침 (구)동부정류장의 공간이 ‘용도지역’ 변경을 기다리고 있어서 여간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권영진시장에게 전임 문희갑시장이 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숙고해 볼 것을 권한다. 필자는 문시장이 많은 업적도 있었지만 대구여고, 중앙초교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공원으로 조성한 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꼽고 있다. 아파트를 지으면 황금자리가 될 터인데 얼마나 많은 로비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를 박차고 공원으로 만든 것은 대구시사에 남을 일이다.

권시장에게 (구)동부정류장을 ‘대구몽마르뜨언덕’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 언덕에 실개천을 흐르게 하고, 현진건문학관 건립, 해외 유명 섬유디자인스쿨 유치와 초상화의 거리, K팝광장 조성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청년이 들끓는 문화예술의 광장, 즉 밤낮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면 대구가 보수의 짙은 색채에서 벗어나 활력 넘치는 세계굴지의 문화도시로 탈바꿈 할 것으로 본다. 권영진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과 신선한 용단을 기대한다. 동부정류장의 새로운 이름 ‘대구몽마르뜨언덕’, 이미 반은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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