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밥상을 받았다
일가족 상 드신다
옹기종기 흐뭇한 상의 내력
개다리독상, 겸상, 두레상
상에 굶주린 자 모두 우리 집으로 오시라
소박한 한 상 뚝딱 차려낼 수 있다
버드나무 소박한 책상
물결무늬 나뭇결이 치어 떼를 풀어놓았다
이파리가 다 상장이다
바람이 밥상머리에 앉아 책을 줄줄 읽자
혓바닥에 돋은 가시가 사라졌다
밥이 술술 잘 넘어갔다
◇전다형=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석사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평생교육원과 도서관, 문화센터 등 <치유적 시 창작> 강의.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와 연구저서「한하운 시의 고통 연구」가 있음.
<해설> 인생은 잠간 피었다가 지는 들풀과 같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존재를 묻기 이전에,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계의 자연스러운 한 인간이다 그러함에도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야하는 이유는 영혼을 맑히는 일이 인간 생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책이 아니다. 스스로 채워 나가야 할 공책이다. 삶은 노력과 재능의 씨줄과 시대정신과 흐름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의 조합으로 직조된다. 인생은 본질. 자존. 고전. 견문. 현재. 권위. 소통의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이다. 몰랐던 걸 배우고 잘못된 습관을 고쳐 인격을 닦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알고 보면 인생은 일생 동안 자기 하나 만들고 가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자신의 삶에 더욱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쓸모 있는 그릇이 되고 싶다. 나를 채우는 건 결국 내 안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도 허전하다면 내 것을 그 누군가에 내어 주면 된다. 마음속에 우주 만물이 다 들어 있으니 무엇을 생각 하느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마음과 물질이 아닌 심령 깊이 모든 것을 비워낸 긍휼과 사랑이 살아서는 지상낙원, 죽어서는 천국으로 가는 승차권이다. 세상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면 비로소 보이고, 비우고 나면 다시 무언가 채워진다.”고 한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