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참새의 등장 -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흰 참새의 등장 -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 승인 2020.09.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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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얼마 전 강원도 춘천시의 도심 주택가에 흰색 참새 두 마리가 등장했다 하여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온몸이 완전히 하얀 참새이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오던 갈색 참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 하얀 참새 두 마리는 주택가 지붕과 전깃줄에 앉아 있거나 주변 밭에 앉아서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서로 떨어지지 않고 내내 함께 다닌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 어미의 알에서 깨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다른 갈색 참새 무리 속에 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흰색 동물이 나타나는 것은 어떠한 작용에서인지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새로운 색소가 생겨나지 않는 백화현상(白化現象)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백화현상을 알비노(albino)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흔히 유전자 체계의 이상이나 필수적인 영양소의 결핍 혹은 이상 흐름 등이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즉 이 현상은 일종의 돌연변이(突然變異)로 동물의 경우, 백만 마리에 한 마리 정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식물의 경우, 백화현상은 엽록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빛이나 철, 마그네슘 등이 부족하여 식물세포가 흰색으로 굳어지거나 잎과 줄기의 색이 엷어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즉 식물에서 백화현상은 병(病)으로 봅니다.

동물에서도 반드시 생산되고 이어져야 할 색소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 만큼 비정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동물의 경우에 한해서는 백화현상이 나타나면 대개는 길조(吉兆)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식물의 경우는 백화현상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지만 동물의 경우는 모처럼 보게 되는 기이현상으로서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찍이 사람들은 이와 같은 기이현상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보아온 것 같습니다. 하나는 평시와 다른 변고현상으로 보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비한 현상으로 보아 길조로 보는 것입니다. 두려움의 대상으로 겁을 내기보다는 길조로 보는 것이 더 마음편한 일일 테니 이 경우가 더 많지 않았을까 합니다.

백기사(White Knight, 白騎士)라고 하면 흰 말을 탄 기사를 말합니다. 절망의 순간에 정의를 지키며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경제학에서 백기사라고 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 기업 경영자에게 우호적인 기업 인수자를 뜻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잃게 되었을 때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기업의 가치를 인정하여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직접 인수하거나 제3의 인수자를 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적기사(赤騎士)는 분노로 가득 차 있고, 흑기사(黑騎士)는 노회한데 비해 백기사는 맑고 선명한 이미지를 느끼게 합니다. 모두 색깔에 근거한 가치화입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볼 것은 ‘검은 백조’입니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인식이 굳어 있어, 검은 색깔을 가진 흑조(黑鳥)는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검은 백조’라고 하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서양 고전에서 많이 거론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7세기 경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호주에 살고 있는 흑조를 발견함으로써 이때부터는 그 의미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즉,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인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 스완(THE BLACK SWAN)』에서 검은 백조의 속성으로, 첫째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값으로 극단값이며, 둘째 극심한 충격을 동반하며, 셋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예견이 가능해 진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우리는 흰 참새를 보며 우리 둘레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할까 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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