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위한 한 발자국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위한 한 발자국
  • 승인 2020.09.17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문체부, 교육부, 고용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추진하는 비대면 예술 지원 정책이 발표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이래로 지금까지 어려운 예술인을 위한 생계 지원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던 것에 비하여 이번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한 정책들은 훨씬 더 고무적이다. 이미 예술 시장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신시장을 개척 중에 있다. 국내외 굵직한 아트페어들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가 하면, 이번 10월에 온라인 콘서트를 여는 BTS만해도 온라인 공연이 벌써 처음이 아니다.

그 중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침은 교육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각종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통하여 예술적 체험이나 음악, 미술, 무용 등의 예술교과나 환경, 진로, 인성 등 범교과 주제의 교육을 위한 교육콘텐츠가 개발될 예정이다. 감상에만 치우친 콘텐츠가 대부분이거나 단순한 홍보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 수준의 콘텐츠 등 기존의 많은 예술 관련 온라인 프로그램들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극단에서는 한 달 가량의 기간 동안 매주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표현 과제를 나누는 등 온라인으로 연극놀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례도 있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대구콘서트하우스 등과 함께 지난 4월 온라인 음악교육을 기획하는 등 온라인 예술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 학교는 이미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있다. KNUES 오케스트라단은 1년에 수차례 학교내외의 굵직한 행사에 참가하면서 합주에 참가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사실상 연습 자체가 어려워졌다. 학교의 문을 열지 못한 것은 차후의 문제라 하더라도 관악기 등은 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합주 자체에 참여할 수 없었고, 건강 거리를 유지하면서는 합주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KNUES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연주회 계획을 한 것이었다. 합주곡을 정하고 각 파트별 선생님께서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여름방학을 맞자마자 지도 영상을 게시하였다. 짧은 방학이었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열심히 연습했고, 부족한 부분은 선생님과 구글미트나 줌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 화상 레슨도 열렸다. 아이들은 방학 중에 그 결과물을 각자 탑재하였다. 각각의 영상을 모아서,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과정 후에, 마침내 얼마 전 학교 특별방송 시간에 연주 결과물로 공연에 올린 것이다. 2020년 제1회 정기 연주회는 이런 특별한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미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확인하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생각보다 거부감 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매번 연주만 했던 자신들의 공연을 관람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은 색다른 일이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학교는 오케스트라 외에 본교 학생들 모두가 간단한 리듬악기를 포함하여 자신이 관심 있는 악기로 큰 합주에 참여해 보는 ‘사운드 오브 뮤직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어떤 악기로 참가하는 학생이든지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예술의 향유를 체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학교는 오케스트라 외에도 운동장 한켠의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공연을 정기적으로 이어가기도 하였었다. 올해는 이 행사 역시 온라인과 병행하여 운영할 예정에 있다. 이 공연 역시 아이들의 마음속에 예술을 잊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이 각급의 학교에서도 비대면의 환경에서 예술교육을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한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의 힘이 분명히 필요한 시대다. 예술은 코로나로 힘겨운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 이제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가면서, 예전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예전으로의 복귀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의 다변화는 예술교육의 새로운 걸음으로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이어나가는 시도가 될 수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