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보지 말았어야 할 그 마음
차라리 보지 말았어야 할 그 마음
  • 승인 2020.09.17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
피어리 결혼 정보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한여름의 무더위가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 저녁으로 살갗을 스치는 소슬바람의 청량감에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끼게 된다. TV방송에서는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증가소식을 핫 뉴스로 알린다. 태풍에 장마까지 겹쳐 피해가 큰데다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레드’라니 이래저래 걱정이 크다. 추석에도 가족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영상통화나 SNS로 안부나 물어야 되는 분위기다. 달력에는 9월이 시작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열흘간이나 연장이 되고 강화추세다. 추석 연휴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코로나19 탓으로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만남을 미루고, 예식장도 예약 취소가 다반사라고 한다. 불가피하게 결혼을 감행해도 최소한의 가족친지만 참석하고, 심지어 온라인 결혼식도 성행한다고 한다. 얼굴을 마주 보면서 달달한 비스켓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고 정감어린 상담을 하며 회원등록을 해서 맞선을 보는 절차도 옛 일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변화다. 비대면으로 그들의 감정과 취향을 파악해서 서로 맞는 사람을 매칭해야 되니 전문가적 오감과 촉이 필요하다. 모두들 비즈니스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다행히 지난달에는 세 커플이나 성혼이 되었다. 한의사·검사·교사 커플이 탄생했다. 대부분 부모님들이 회원 등록을 했고, 부모님을 통해 맞선이 이루어졌다. 성혼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결혼할 당사자들이 인연을 맺어준 매니저에게 감사카드라도 한 장 보내주면 좋으련만. 평생의 동반자를 맺어준 일이 어찌 물질로 족할 것인가. 그래서 인륜지대사라 했다. 사람들의 인심이 예전과 달라졌다. B씨의 어머니는 딸의 재혼을 위해 엄청 노력 하신 분이다. 딸은 남편과 성격차이로 혼인 신고 전에 집을 뛰쳐나왔다. 좋은 직장과 재테크에 성공한 덕분에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담당매니저의 노력으로 딸은 소위 말하는 전문직 직종의 남성을 만났고, 둘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애정을 확인했다. 딸의 어머니는 전화로 매니저에게 수시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상견례를 빨리 주선해달라고 매니저에게 부탁까지 했다. 상견례후 결혼 날짜가 정해지고 예식장도 예약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축하 인사도 드릴 겸 신부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들뜬 목소리로 수일 내 회사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장맛비가 걷히고 햇살이 창가에 아른거리는 어느 오후였다. B씨의 어머니가 갑자기 방문했다. 성혼이 되어 인사하러 오신 거라는 생각에 반갑게 맞아드렸다. 의자에 앉자마자 사위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의사사위 본다고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하던 담당매니저의 말이 떠올라 혼란스러웠다. 홀어머니 생활비도 드려야 되고, 병원도 시골에 있고, 집도 전세라고 하면서 딸이 좋아해서 내키지 않는 결혼을 시킨다고 했다. 순간 당혹스럽고 심기가 불편했다. 사위에게 흠집을 내며 성혼비를 깎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간파되었다. 매니저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두 사람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고, 성혼의 꽃은 성혼비라고 설득을 했다. 이런 논쟁의 시시비비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한 거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은 일방적인 금액만 제시하고 받든지 말든지 하라며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가셨다. 처음 결혼중개업을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엔 성혼이 되면 부부가 될 커플이나 부모님들이 떡이나 과일 상자를 들고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작은 정성이지만 마음의 표현이라 회사에서도 그 이상의 축의금으로 보답해도 마음이 훈훈했다. 누가 봐도 최상급의 엘리트 커플을 맺어주었는데, 약속한 성혼비가 아까워 사위 흠부터 잡는 어머니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사위가 의사라는 그 조건만 보고 좋아했다면 딸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란다고 할 수 있을까. 성혼되기 전 쿨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성혼비 때문에 속내를 있는 대로 드러내 보이고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차라리 보지 말았어야 할 그녀의 마음이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