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오페라 탈피…파격적 트렌드 입혀 관객폭 확장
전통적 오페라 탈피…파격적 트렌드 입혀 관객폭 확장
  • 황인옥
  • 승인 2020.09.1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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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박희광’ 제작…현동헌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
기존 틀 벗어난 리딩 형식 최초 접목
대구경북 대표 독립운동가 재조명
일렉트로닉·판소리…음악적 재미↑
26일 비대면 공연·내달 온라인 공개
삼성전기 연구원 퇴사 후 연주자 입문
진입장벽 낮고 몰입도 높은 현대성 추구
자유로운 음악 열망에 제작자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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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헌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는 코로나 사태 속 기획 오페라 ‘박희광’을 취소하는 대신 리딩 형식을 최초 접목 눈길을 끌고 있다.

현동헌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에게는 코로나 19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비대면 공연이나 객석 거리두기로 전환하자 감당 할 수 없는 출혈로 진행 중인 공연들도 조기 종영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그는 멈춤 아닌 직진 행보를 취하고 있다. 기획된 오페라 ‘박희광’ 공연을 계획대로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고, 출연진들이 맹연습에 돌입한 것. 이들의 공연은 온라인으로 오픈하게 된다.

공연의 정석은 누가 뭐래도 무대 위 배우와 객석 관람객이 호흡을 주고받으며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대면 형식을 꼽는다. 배우들의 호흡이 객석으로 오롯이 전달되고, 객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확인하는 소통의 묘미는 대면 공연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위력 앞에서 공연계도 움츠려들 수밖에 없고,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비대면 공연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마저도 공적 예산이 확보된 공공 공연장들에 국한되며, 사설 예술단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비대면 공연으로 티켓 판매가 막혔기 때문.

티켓 수입 없는 공연에 손실은 따 놓은 당상이지만 현 대표는 출혈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안은 리딩 형식의 공연. 리딩 공연은 무대세트나, 의상, 조명 등 공연의 중요 구성요소들을 배제하고 배우가 대본을 보고 읽는 형식의 공연으로, 정식 공연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창작의 한 단계다. 다행히 공연장과 영상제작, 홍보를 웃는얼굴아트센터가 후원해 조금의 부담은 줄었다.

“2~3년 전부터 기획한 좋은 콘텐츠를 사양시킬 수 없어 리딩 형식을 바꿨어요. 의도치 않게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게 되었네요.”

리딩 공연은 주로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시도해온 형식인데 현 대표는 과감하게 오페라에 접목을 시도했다. 오페라를 약식으로 선보이는 갈라콘서트나 연기없이 음악만을 선사하는 순수콘서트와 달리 리딩 공연은 오페라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형식이다. 이번에 창작오페라 ‘박희광’이 첫 스타트를 끊게 된 것.

약식 공연이라고 음악의 규모나 수준은 포기하지 않는다. 음악이 주는 감동을 오롯이 살려내기 위해 주·조연 배우들과 합창단까지, 애초에 정식 오페라로 무대에 오르기로 한 성악가들과 배우들이 모두 리딩 공연에 캐스팅했다. 그 규모가 20여명에 이른다.

“처음 기획했던 러닝타임은 10~20분 축소 되었지만 출연진의 규모는 기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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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박희광’ 포스터

오페라 ‘박희광’은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주로 만주에 있는 일본총영사관 습격, 친일파 및 고관(高官) 암살, 임시정부와 항일독립운동단체에 군자금 및 무기 조달, 만철연선 일본 군경 기습작전 등에 참가했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이름을 떨친 박희광을 오페라로 제작하게 된 배경은 그가 선산에서 태어난 대구경북의 인물이라는 이유가 컸다. 특히 ‘박희광 기념사업회’ 박정용 사무처장과의 만남이 오페라 제작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재 그의 동상과 흉상이 경북 구미 금오산도립공원 백운교 옆 자리와 대구 두류공원내 조각 공원에 세워져 있다.

‘박희광’을 오페라로 제작하기까지의 준비기간은 2년. 창작오페라를 기획한 초기단계부터 전통 오페라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었다. 현 대표는 일찍부터 현대인의 감각과 감성에 부합하는, 접근하기 쉽고 몰입도가 높은 현대적인 오페라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직접 오페라 제작에 뛰어들게 되자 자신이 꿈꾸었던 오페라를 만들기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을 수용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감내해야 했다.

일단 대본부터 파격이었다. 대본을 전문 극작가에게 맡겼지만 당초의 기획의도와 괴리가 있어 지트리아트컴퍼니 예술감독인 최득규에게 넘겼다. 대본을 한 번도 써 본적이 없는 그였지만 과감성있게 믿고 맡겼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최 감독이 쓴 첫 대본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신선해서 만족감이 컸어요.”

음악에도 파격은 적용되었다. 국립오페라단과 작업하는 등 현재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 나실인을 작곡자로 낙점하며 음악에 ‘재미적인 요소’를 주문했다. 덕분에 가창력 중심보다 잔잔하게 젖어들기도 하고 클라이막스에서 폭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일렉트로닉적인 요소까지 수용하는 파격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 여기에 판소리꾼도 캐스팅해 한국적인 맛까지 살려냈다. 연출도 뮤지컬에 능통한 연출자에게 맡겼다.

그의 이같은 남다른 노력은 뮤지컬적인 느낌이 진한 오페라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페라가 부족할 수 있는 재미적인 요소를 최대한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가미되었어요.”

높은 전달력을 위한 노력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연기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뮤지컬 배우 4명을 캐스팅하고, 안무의 분량도 높였다. 오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핀마이크도 소리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대놓고 사용하도록 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어 오페라 관객의 확장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박희광’은 지트리아트컴퍼니가 제작하는 첫 창작 오페라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부득이하게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이지만 내년에는 박희광의 고향인 구미에서 정식 오페라로 공연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트리아트컴퍼니는 2018년에 오페라 ‘사랑의 묘약’, 2019년에 ‘춘향전’, 2019년 ‘세빌리아의 이발사’등 지금까지 세 편의 리메이크 콘서트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며 창작오페라 제작을 위한 역량을 키워왔다. 올해 11월3일(화)에는 아양아트센터에서 콘서트오페라 시즌3로 소오페라 ‘리골렛토’도 준비 중에 있다.

2012년에 창단되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트리아트컴퍼니. 2016년 구미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이브콘서트’, ‘아이조아콘서트’ 등 콘텐츠적인 공연들을 기획해 무대에 올렸다. 명작과 음악이 함께하는 콘서트, 해설이 있는 콘서트오페라 등 콘텐츠가 녹아든 기획공연들이 히트를 치면서 지트리아트컴퍼니가 지역 공연계에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콘서트오페라 ‘춘향전’에 소리꾼을 캐스팅과 오페라와 판소리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월간잡지 대구문화가 조사한 ‘2019년 가장 주목받은 공연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작품인 ‘람메르무르의 루치아’에 이어 지트리아트컴퍼니의 ’춘향전‘이 뽑힐 정도로 전문가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호평을 이끈 원동력으로 현 대표는 “지트리아트컴퍼니만의 트렌드 만들기”를 언급했다.

그가 “전통을 지키는 사람도 필요하고 현대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며 다양성을 언급하며 자신은 후자라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피력했다. “콘서트오페라를 오픈하자 매진사례를 만들고, 재공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고자 하는 의지 덕분인 것 같아요.”

사실 그는 기획자 이전에 연주자로 이름을 먼저 날렸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기 기술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2살의 나이에 입시공부와 음악실기를 병행해 성악가의 삶을 살고 있다.

“당시 10년 후의 미래를 그렸을 때 안정된 삶은 살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악대학에 진학했어요.” 결국 그는 1년여의 노력 끝에 경북대학교 음악학과에 입학하고 동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연주자로 10년을 활동하자 이번에는 지트리아트컴퍼니를 창단하고 제작자로 나섰다. 그는 “순수음악 장르지만 보다 자유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열망이 변화의 길로 인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트리아트컴퍼니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제작자인 현 대표와 최득규 예술감독과 소은경 기획감독 3인 체제다. 공연 제작이 결정되면 프로젝트 단원을 꾸려 진행하게 된다. “우리가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작은 소망으로 오페라단 운영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만의 트렌드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제작자로서 현 대표의 역할은 제작비 마련. 공연 기획이 결정되면 그는 세일즈맨이 되어 동분서주한다. 이번 공연도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상태고 찾아뵙는 것도 부담이 되어 진심을 가득담은 문자 메시지로 후원을 호소했는데, 그 마음이 받아들여졌어요.”

연주자로 무대에 오르고, 기획자로 오페라 콘텐츠 제작 일에도 열정을 다하겠다는 현 대표. 그의 ‘따로 또 같이’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그가 추구하는 콘텐츠는 두 축으로 갈린다. 지역인물을 발굴하는 한편 달달하고 재미있는 현대물 창작오페라 제작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무대에서 소통하는 삶이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연주자와 기획자로 계속 무대에 남고 싶습니다.” 오페라 ‘박희광’은 26일 오후 5시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에서 비대면으로 공연되며, 온라인으로는 10월에 만날 수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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