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을 향한 묵념
오래된 것을 향한 묵념
  • 승인 2020.09.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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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오래된 것들은 나를 돌아오게 한다

돌아와 묵념에 잠기게 한다

그가 견뎠을 억눌림과 억눌림에 굳은 침묵과 물기 걷히어 버스럭거리는 시간

룩소르의 무덤 속 3천5백 년 전 벽화 앞에서 낡아가면서도 출렁거리는 것들

나는 잘못을 뉘우치는 어린애처럼

오랠수록 솟아오르는 것들을 우러러보며

겨우 셔터나 눌러댔다

며칠이나 갈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의 어설픈 지난날에 몇 참이나 남아서 원망스레 구겨진 한 조각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어렴풋한 짐작으로 바
치는 이 공경과 지성 오래된 것들을 향하여 허리를 굽힌다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행복이란 명제 앞에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왔다. 인간의 집착과 욕망 앞에 구원은 없었다. 모두가 원칙과 상식으로 서로를 위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선禪은 볼 시視와 홑 단單이 합쳐진 글자로 “단순하게 본다”는 뜻이다. 더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작아진 존재로, 더 큰 세계를 만나는 그 앎은 신비 그 자체이다. 모른다는 말과 동시에 초기화 되는 의식은, 고요함 속에 서서히 드러나서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그곳에서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에 열린 의식으로 신비의 알 수 없는 진정한 여행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성숙은 모든 계절을 거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오늘을 넘기고 오늘을 사는 것만이 중요해지면 인간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우리가 진심으로 바란 그 곳, 몸도 마음도 정신도 참으로 가 있고 싶어 하던 그 곳에 다다를 수 없다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항상 변화가 두렵지만,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래서 두려움보다는 기대하는 쪽으로 마음을 쓰고 정화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맘껏 사랑하고 부족함 없이 행복하자. 그러면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고 화창할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초자 웃으며 회상할 수 있다. 삶의 여정이 어느 목적지에 이를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날에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파란 바다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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