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항균필름 “없느니만 못해요”
너덜너덜 항균필름 “없느니만 못해요”
  • 정은빈
  • 승인 2020.09.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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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내버스 1천617대 대상
두달 전 기둥·하차벨 등에 부착
변덕스러운 날씨·높은 습도 탓
찢어지거나 벗겨져 훼손된 상태
바이러스 노출·교차 감염 위험
市, 전수조사 후 보수 작업 계획
시내버스
21일 대구 한 시내버스 뒷문 앞 기둥의 항균필름 일부가 벗겨져 있다. 정은빈기자

대구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내버스 기둥마다 부착한 ‘항균필름’이 반대로 전파 매개로 작용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시내버스 기둥의 항균필름을 교체·보수해 달라는 민원이 연달아 접수됐다. 대구시가 모든 시내버스 내부에 항균필름을 부착한 지 2달가량이 지나자 접착력이 떨어져 벗겨지거나 찢어지는 등 훼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7월 10일 총 8천800여만원을 투입해 시내버스 1천617대의 기둥과 하차벨에 항균필름을 부착했다. 비용 중 4천400여만원은 물품 값에, 나머지는 인건비 등 시공에 들였다.

이 필름의 주요 성분인 구리(Cu+)가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시설공단 등은 지난 3월부터 다중이용시설 중 불특정 다수의 손 접촉이 잦은 승강기 버튼 등에 항균필름을 앞다퉈 붙였다. 곧이어 아파트, 유통업체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항균필름을 부착만 해놓고 관리하지 않아 훼손될 경우 오염이 생기면서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이 항균 효과를 맹신해 긴장을 놓고 필름에 손 등을 접촉하면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고, 일부는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돼 교차 감염 위험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월 경기도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14명 발생하자 승강기 버튼 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승강기 버튼에는 항균필름이 붙어 있었지만, 방역 당국은 구리 성분의 필름에서 바이러스가 4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근거로 들며 확산 매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대구시는 시공업체에 접착력이 4~6개월간 유지될 것이라 들은 것과 달리 2개월 만에 문제가 생기자 난감한 기색이다. 시공업체는 올해 여름철 비와 폭염이 번갈아 이어진 변덕스런 날씨와 높은 습도 탓에 필름이 예상보다 빨리 상한 것으로 파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이 들어간 제품이라서 온도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안다. 비슷한 시기에 시공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부착이 잘 유지되고 있는데 대구에서만 빨리 상했다고 한다”며 “본드나 테이프로 다시 붙이면 항균 효과가 떨어지고, 필름 단가도 높은 편이어서 보수 방향을 신중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22일 시내버스 항균필름 훼손 정도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이달 말부터 교체 혹은 보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항균필름의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제품에 의존하지 말고 손 씻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오는 12월까지 항균필름의 효과성을 알아보는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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