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빽’ 없는 60만 장병들의 설움
부모 ‘빽’ 없는 60만 장병들의 설움
  • 승인 2020.09.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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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세상이 좋아져도 너무 좋아진 것이 틀림없다. 카톡으로도 군휴가신청이 되고 애인도 신청할 수 있고 친구도 신청할 수 있는, 그야말로 군대가 '꿀'이 되어가고 있다. 전쟁 나면 단체로 카톡으로 병가 신청 내더라도 거부할 수 없도록 대한민국 군대 현실을 정부가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가장 엄격하고 철저해야 하는 군대가 추미애장관의 아들 휴가문제와 관한 입장 발표로 인해 우리 같은 힘 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일반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고 동시에 엄청난 분노를 사고 있다. 추장관 아들을 감싸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은 눈물겹다. 오죽하면 국방부가 나서서 60만 장병을 당나라 군대로 만든다는 소리가 나올까.

지난 10일 국방부의 추장관 아들 휴가 관련하여 '적법하다'라는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국방부의 민원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른바 '황제휴가'로 악화된 성난 민심의 결과다. 휴가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전화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군의 입장은 엄청난 항의를 불러왔고 '톡으로도 휴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었다. 의사표현을 못할 만큼 추장관의 아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라는 것이 속속 밝혀질수록 60만 군기강과 사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전임 국방장관은 군법이 한명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고 국민 앞에서 밝혔다. 즉 군인이라면 누구라도 군인의 혜택과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는 카톡 보내놓고 일단 쉬고, 복귀할 때 병원기록 제출만 하면 모든 것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된다. 성실히 복무하는 60만 군장병을 바보로 만드는 국방부와 이를 정면으로 감싸는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모습에서 평범한 서민인 국민은 또 한번 무너져 내린다. 조국 사태 때 교육공정성을 무너뜨린 조 전 장관의 아빠찬스가 군대에서는 엄마찬스의 추장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큰 박탈감을 국민에게 주려는 것인가. 군대와 입시관련 이슈는 입대를 피할 수 없고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세대에게 민감한 이슈다. 그런데 그것을 두 번이나 뒤흔들고 있고 이를 덮어주고 있는 것이 정부와 여당이다.

문제가 된 휴가 기간에 '롤'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PC방에서 했다는 증언과 제보가 나왔고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그땐 또 무슨 말로 변호하고 감쌀지 다들 주목하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추장관 아들이 휴가 중 서울에 있는 한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조의원은 추장관 아들이 휴가가 끝날 무렵 지인과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부대 전화를 받았고 집으로 갔다가 다시 PC방에 돌아와 게임을 이어갔는데 사실이라면 23일 연속으로 휴가를 낼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 주장했다. 추장관 아들의 변호인은 PC방에서 게임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지 않고 "실제로 아팠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고 있다. 롤이라는 게임을 찾아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라는 설명이 있다. 조수진 의원의 문제 제기와 관련하여 추장관 아들 변호인의 답변이 "미복귀를 대신하여 VR을 통한 가상 훈련을 성실히 임했던 것"으로 게임 플레이에 대한 정당성을 토로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될 지경이다.

아들 문제와 관련하여 반복적인 추장관의 거친 말실수도 연일 이슈다. 과연 실수일까. 공식석상에서 정치인의 언행은 연예인보다 훨씬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팔을 올릴지 제스쳐 하나 눈빛 하나까지 계산하고 움직이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말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잘 짜진 각본 같다. 다소 거칠지만 육두문자 하나 없이 할 말만 싹 하는 것, 실수를 위장해서 본심을 모두에게 알리고 나아가 자신의 말실수는 여당과 청와대가 알아서 잘 감싸줄 것이라는 배짱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인다. 온 국민이 들끓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말만 하는 것, 누구와 참 닮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대통령. 그 대통령의 가장 큰 총애와 동시에 철저한 비호 아래 일어난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추미애 장관 사태의 한가운데 우리 청년이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있는 청년들에게 공정을 37번이나 말한 청년의 날 행사의 대통령은 누구보다 자신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37번을 말한 것이 아닐까. 한창 난리였던 마스크 줄보다 더 긴 주말의 로또판매점 앞 줄선 20대, 대통령과 정부가 말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20대 청년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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