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에게 빌어본다
달님에게 빌어본다
  • 승인 2020.09.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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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추석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면서 조상들을 기리고, 묘소를 돌보기 위해 전 국민 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비록 시속(時俗)의 변화에 따라 자식들이 부모나 고향을 찾기보다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이나, 일찍 성묘와 차례를 지내고, 연휴를 즐기기 위해 국내외 관광지로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과 관광명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추석을 즐기는 모습이 과거의 추석과는 많이 변화하였지만, ‘설’과 함께 일 년 중 단기간에 가장 많은 국민들이 이동하는 때이다.

그러나 금년 우리 사회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고 있는 코로나19는 강력한 전파력과 함께 아직 치료제가 없음으로 인해 오로지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 외에는 달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이는 것조차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5월 연휴와 7월 말∼8월 초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여행과 모임이 늘어나면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규모 인구이동은 분명 전국 유행 확산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이번 추석 연휴동안 이동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당부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는 꺾였지만, 지역사회에 잠복해 있는 감염이 상당수 있고, 추석 연휴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증폭될 위험이 큰 상황이다”고 하면서 “추석 연휴 이동 규모가 줄면 전파 위험도가 함께 낮아지고 고위험군, 특히 어르신으로 연결되는 전파 고리도 차단할 수 있다”며 “올해 추석만큼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귀향을 자제하고 여행·사람 간의 모임을 최소화 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올해 추석의 경우 연휴기간이 5일로 상대적으로 길어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 감염 확산을 방지해 온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추석연휴 기간 면제해 주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기로 하였고, 추석 연휴 기간에 참배객이 집중될 전국 국·공립묘지는 현장 방문 대신 ‘온라인 참배 서비스’로 대체 운영하는 등 이동 제한을 위한 고육책을 내 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최소 2700만 명이 연휴동안 국내관광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는 이번 연휴기간에 3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로 추석 명절 쇠러 오실 분들한테 위험하니까 이동을 자제하자고 호소를 해서 많이 줄었는데, 그 빈자리를 관광객들이 온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다고 하였다. 관광산업이 제주의 핵심 사업인데 오지 말라 할 수도 없고, 오지 말라고 하는데 오는 걸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어 제주도는 비상이라고 한다.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도 탈출구는 있어야 한다. 반년 넘게 진정과 확산세를 반복하는 등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소위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넘어 극심한 분노를 표출하는 이른바 ‘코로나 레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레드’란, ‘코로나’에 분노를 상징하는 ‘Red’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로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생명과 경제적 위협에 대한 공포, 무너진 일상생활에 따른 부적응,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그로 인한 낙인(烙印)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여 감정이 ‘분노’로 표현되는 상태를 뜻한다. ‘코로나 레드’가 나타나게 되는 주요한 심리적 원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경제 상황, 사회생활, 학업생활 등의 다양한 부분에서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할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받게 되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분함이 극렬한 ‘분노’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장기간 언제 어디서 감염이 될지 몰라 불안에 떨면서 일상생활이 패닉에 빠진 국민들이 추석이라는 명절 연휴를 맞아 어디론가 이동하고자 하는 욕망을 단순히 위험하니까 무조건 참고 인내하라고 요구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조심하라는 것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방역 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현재 질병관리청에서 정확성을 이유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긴급 진단키드 활용문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추석이 되면 가을 하늘에 높이 떠있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습성이 있다. 그 소원의 내용은 아마 대부분 가족과 자신의 건강과 평안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추석 달에게 제발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어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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