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지구를 살아있게 하는 건
만남이란다
초록별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참 아름다운 만남
새싹이 쏘옥, 눈 뜰 수 있게
빗장 문 열어 주는 흙
병아리 맨발이 시려울까
종종종 따라 다니는 아이들
참새, 토끼, 다람쥐, 고라니들의
추운 겨울을 위해
풀섶에 낱알곡 남겨두는 농부
어디 이것뿐이겠니?
작은 물결에도 놀라
두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 떼를
품어주는 바다풀
뿌리를 가지지 못한 겨우살이에게
가지 한 켠을 쓰윽 내어주는 물참나무
이런 아름다운 만남으로
지구는 푸르게 푸르게
숨 쉬며 살아있는 거야
- 1997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작
◇곽홍란= 2001년 조선일보(시조), 1997년 매일신문(동시) 당선, 동시집 <글쎄, 그게 뭘까>, 시집 <직선을 버린다>, 소리시집 <행복한 동행> 등
<해설> 이 지구 만물은 만남에서 비로소 이루어지며 또한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시인의 독특한 알레고리를 엿볼 수 있다. 만남이라는 시어 하나가 저처럼 감동의 파문을 일게 한다. 저 작은 새도, 움쩍 않는 감나무도, 정구지 고구마 심지어 바람까지도 만남이 있어 오늘 나와 조우하듯이, 이 세상은 이 만남으로 해서 희노애락이 번민한다. 독자 가슴을 감동케 하는 참 아름다운 글이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