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우리는 운에 속도록 타고 났다
[재테크칼럼]우리는 운에 속도록 타고 났다
  • 김주오
  • 승인 2020.09.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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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좋다.” 워렌 버핏이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버핏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 역시 위인전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좀처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가들의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후 꽤 오랫동안 투자성과가 좋았기에 이것이 내 실력이라 착각하고 지냈다. 그러다 큰 부진을 겪으며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 나심 탈렙의 <행운의 속지마라>를 읽었고 비로소 지난 성과의 상당부분이 운에 기반을 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행운에 속지마라>에 따르면 엄청난 성공의 원인은 대부분 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승자만 보기 때문에 확률을 보는 관점이 왜곡되기 쉽다. 주가지수가 올랐음에도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은 이유는 주가지수가 살아남은 종목만으로 계산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이 상장폐지 되면 이를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가정하여 조정한다. 애초부터 없던 셈 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서 주목을 받게 되지만, 실패한 사람은 분석에서조차 사라지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주변을 둘러봐도 실패를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을 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우리가 운에 속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다.

탈렙은 사람들이 ‘부’가 생성되는 모습에만 집중하느라 과정은 보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간과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일어난 결과와 일어나지 않은 결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 좋게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러시안룰렛 자체가 안전한 것은 아니며 실패의 대가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이전의 성공이 전혀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두뇌에서 위험의 감지와 회피를 처리하는 부분은 ‘사고’ 부위가 아니라 ‘감정’ 부위다. 합리적 사고가 주로 하는 일은 자신의 행동에 논리를 갖다 붙이는 정도인 것이다. 확률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들은 대개 우리의 직관을 거스르기 마련이고, 상황은 지나고 나면 항상 명확하게 보인다.

사람은 감정과 두뇌가 따로 놀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조치를 해둘 필요가 있다. 탈렙은 수익률이 사전에 정해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수익률 현황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일상적인 하루 변동률을 넘어서지 않는 사건 역시 소음으로 간주한다. 또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아예 정보에 접근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사건이라면 어떤 경로로든 귀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조지 소로스의 사례를 들며 자기 아이디어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하루 백지상태에서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결정에 구속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스럼없이 자기 견해를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과거에도 운에 속아 넘어갔고 지금도 운에 곧잘 속아 넘어간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떠안은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던 때와는 달리 이제 내가 운에 속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아드>를 쓴 호메르스는 결과를 보고 영웅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웅이 영웅이 된 것은 전쟁의 승패 때문이 아니라, 행동이 영웅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분석을 잘 하더라도 투자의 성패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투자의 세계는 불확실하고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다’는 생각 아래 설령 운이 따르지 않더라도 크게 지장 받지 않을 보수적인 태도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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