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망초처럼

‘가련 미 극치’인 반그늘 생이어도 괜찮다

언제 어느 풀 베는 칼에 베어질지 모르는

한해살이 여정

보따리 장사 솎아내는 방법에 따라

원치 않는 풀을 뽑아 버린다는

풍문이 도는 겨울

한 잎의 낙엽에도 별을 보는 스승

누가 스승을

조각내어 시간표 속에 새겼는지 모른다

오늘의 시계는

시원始原의 언덕

아카데미아의 별을 본다

◇김숙이(金淑伊)= 1948년 대구生. 한맥문학 신인상 당선(02), 천상병문학제 시사문단문학상(04), 대구예술상 문학부문수상(19),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 <괭이밥풀꽃 >, 평론집 <백석 시 연구>.

<해설> 어느 시간강사의 허드레뿐인 삶의 노정 필력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1연의 하루살이 인생, 2연의 잡초처럼 한순간에 뽑혀버리는 알바생 같은 삶, 그리고 끝 연 시계 속 즉, 낙엽과 별 그리고 조각의 시간표 속 스승이라는 명분이,

오늘날 시간강사의 밋밋한 존재를 의미라는 시인의 고충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