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않는 부동산, 주식
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않는 부동산, 주식
  • 승인 2020.09.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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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사회2부장
“실물경제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가는데 부동산·주식은 왜 올라갑니까”

이달초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공단에는 멈춰선 기계들이 즐비하고 조업단축, 임금삭감, 감원 등 칼바람이 부는데 연일 부동산, 주식은 상승한다며 상식적으로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나 또한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친한 대학교수, 금융권 종사자, 중소기업 사장 들도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주식만 상승하는 것은 유동성 장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25년간 주식투자를 한 나름 전문가인 지인을 지난 10일 만났다. 아무래도 실제 주식을 거래하는 쪽이 현실성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 친구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지금의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수하는 사람은 차치하고 끝 없이 오를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감이 불러온 탐욕, 주린이(주식 어린이)들의 무경험, 정부의 장밋빛 전망, 언론의 부추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패닉바잉(공포에 산다)이라는 단어자체도 맞지 않다고 한다. 원래 패닉바잉은 매물폭탄이 터져 극도의 하락 공포를 느껴 개인들이 투매에 동참할 때 스마트머니들이 매수를 하는 것을 패닉바잉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무조건 가격이 상승할 것 같아 빚투(빚을 내 투자)로 주식을 사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장밋빛 전망과 탐욕이 자본주의 경제시장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을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초보자가 1천만원을 투자해 50%수익( 코로나 19이후 일부 제약주들은 200~3000%상승)을 내면 500만원을 벌게된다. 500만원 수익에 만족하면 되는데 ‘아!5천만원 투자했으면 2천500만원을 벌었는데’라며 투자금액을높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한 투자금이 들어갈때 부터는 주식은 더이상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된다.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하고 5천만원의 10%만 손실나도 이전에 낸 수익금(1천만원으로 500수익)은 없어진다. 수익금이 없어지거나 원금 손실로 이어질 경우 개인들은 이성을 잃고 무리한 배팅을 하게 된다. 한번만 제대로 수익내면 원금도 만회하고 수익금도 많아지는데… 이렇게 해서 자신의 순수 투자금이 아닌 신용(빚)잔고가 주식시장에 17조원이나 된다. 주식시장이 활황일때는 신용잔고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하락에 접어들때는 매물폭탄을 유발시킨다. 부동산도 원리는 같다. 은행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자금이 수 백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은 부동산도 수요와 공급(대구 2년내 4만5천가구 공급)균형이 깨지면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 펀드멘탈이 약한 실물경제 침체로 고정수입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장밋빛 환상은 공포로 돌변한다. 어느 순간 조정은 불가피해 질 것이다.

올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왔을 때 국내 코스피 지수가 1439.43, 코스닥이 419.55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때 ‘동학개미’라고 일컫는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로 6개월만에 국내 종합지수는 세계에서 2번째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17조원에 달하는 신용잔고(빚)가 생겨,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코로나19 2차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다. 실물경제가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기업이 어려워지면 실직자도 증가하고 수익도 줄어들수 밖에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격려금, 위로금조로 1인당 100만원씩 줘봐야 효과는 미미할수 밖에 없고 언제까지 정부지원금을 풀수도 없다. 또 미국의 대선결과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 미국내 경제정책 변화 가능성도 높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조 달러(한화 6000조)이상을 풀었다.

또다시 달러를 찍어낼 경우 기축통화인 달러가치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행렬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늦어지거나 환상(항상 부동산과 주식은 오를거야)이 깨질때 인간의 공포심리가 극에 달하면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패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999년 닷컴 버블이 생겼을때를 기억한다. 1999년 증시폐장일 닷컴 관련주들은 상한가 행진으로 마감했지만 2000년 1월 증시 개장일 시작과 동시에 거의 전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 반토막내지 10분의1토막난 주식들이 허다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력이나 시스템은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이 공포로 변할 때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물경제가 뒷받침 해주지 않는 버블은 언젠가는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정복되고 실물경제가 활황을 보여 버블 붕괴가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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