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나훈아의 작심발언
[윤덕우 칼럼] 나훈아의 작심발언
  • 승인 2020.10.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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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역시 나훈아였다. 이번 추석민심은 단연코 ‘가황(歌皇)’ 나훈아의 메시지였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또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여러분들, IMF 때도 이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서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입니다. 여러분 세계가 놀라고 있지요? 코로나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듣고 잘 따르는지. 그래.여러분, 여러분들 긍지를 가지셔도 됩니다. 여러분들 분명히 이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고요. 그래서 제가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부산사나이’ 나훈아다운 강단있는 작심발언이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공연. 노래도 그 다웠고 거침없는 소신도 그 다웠다. 제1야당 국민의힘 의원들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국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데뷔 54년 만의 첫 언택트 공연부터 스페셜 방송까지, 숱한 화제를 낳으며 ‘나훈아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노랫말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과 부조리 그리고 뻔뻔한 거짓말, 보좌관에게 전화번호는 줬지만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변명, 조국·김경수·오거돈·송철호 등 문재인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내지 지지부진한 재판 상황, 북한군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는 동안 우리 군은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개천절날 광화문은 막고, 서울대공원은 만차였다는 소식.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요트사러 미국 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 속상하고 화가난 국민들은 우는 대신 그의 신곡 테스형 노랫말처럼 한바탕 크게 웃는다. 그러다가도 이내 나라 걱정에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리곤 반문한다. 세상살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세월은 왜 또 저런지를…. 국민들은 스트레스 만땅이다.

나훈아, 그가 최근에 작사 작곡한 테스형 노랫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상황을 얘기하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공연 3부에서 “우리는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아까 부른 신곡 중에 (소크라)테스 형한테 내가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그래서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카대요.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여러분,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 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가지고 내가 세월을 끌고 가야 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우째해야 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번 가뿌고. 안 하던 짓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준비됐죠? 이거 소리가 이상하이 들리네, 하이튼 마 됐습니다. 가자!”

“세월에 끌려가면 안된다.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가지고 내가 세월을 끌고 가야 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그의 메시지는 다분히 중의적이고 풍자적이다. 진영논리만 남은 채 국민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금, 주권을 훔쳐가도 모르는 척하는 지식인들,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알 수 없는 비겁하고 황망한 세상에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이번 공연을 통해 열변을 토하는 듯하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얘기했고, 공영방송 KBS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잠시 인터뷰어로 출연한 김동건 아나운서가 정부 훈장 상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노랫말을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훈장을 받으면 그 무게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답했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흐를 유,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다. 남는 게 웃기는 거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다.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마소”라고 노래 철학을 밝혔다. 공연 내내 툭 내뱉은 그의 메시지는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읽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 보여준 그의 메시지는 국민들도 더 이상 비겁하게 불의·불공정에 침묵말고 소신있게 목소리 내고 행동하라.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 포퓰리즘 정권에 대항하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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