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선생께
나훈아 선생께
  • 승인 2020.10.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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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선생’이라 칭할 테니 ‘형’으로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른 선생이니 ‘형’이라 불러도 실례는 아니겠지요? 그래도 차마 그렇게 부를 수 없어 선생이라 불러 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공연을 개최하기로 하셨다 들었습니다. 공연 이후에 ‘천지비까리’로 넘쳐나는 선생에 대한 보도 때문에 한 마디 더 추가하기가 민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생의 말씀처럼 저도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씁니다.

선생의 이번 공연, 정말 고맙습니다. 공연에 뒤따른 여러 이야기들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공연에는 우리 국민을 위로하고자 하는 선생의 마음이 진솔하게 묻어났습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수입이 끊겼고, 어떤 분들은 집 안에 갇혔고, 또 어떤 분들은 가족을 잃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조차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들과 감염의 발원지가 된 종교단체들은 우리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선생의 공연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번 추석을 무척 어색하고 난감하게 보냈을 것입니다. 전화기를 붙들고 오지 못한 자녀들과 이야기 몇 마디 나눌 뿐이었을 것입니다. 성묘도 가지 못하고 집 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위험과 피해를 나누며 상처를 덧내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또 하릴없이 정치인을 성토하며 진영논리에 빠져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의 공연, 아니 선생의 진심어린 위로 덕분에 훈훈한 추석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세가 드신 이후의 선생의 노래는 제게 그리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포근하고 달콤했던 젊은 시절의 선생의 노래는 세월의 무게로 다소 느끼하게 느껴졌습니다. 몇 달 전, 저희 집의 텔레비전을 새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리고 대형화면으로 가장 먼저 들어 본 것이 젊은 시절, 선생의 노래였습니다. 화질과 음향이 좋은 새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선생의 옛 노래는 정말 감미로웠습니다. 그 소리에 취하여 계속 듣다보니 이웃에서 소리가 너무 울린다는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무안하여 아내에게 “햐, 젊은 시절, 나훈아의 목소리는 정말 감미롭네. 이런 목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나?”라며 짐짓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의 선생의 노래는 여전히 느끼했습니다. 일흔이 넘은 선생에게 젊은 시절의 감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겠지요.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선생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가슴 속에서 깊은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 일흔이 넘는 노가수의 눈웃음과 교태가 느끼함을 넘어 위대한 광대노릇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치고 피곤한 국민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고자 애쓰는 광대의 몸부림을 느낀 것입니다. 아마도 그 시간,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이 어려운 시기에 나훈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선생은 오랫동안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최고의 가수 중에 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오직 ‘나훈아’라는 가수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선생께서만 할 수 있는 그 일을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며 기어코 해 내셨으니 많은 국민들이 이토록 선생을 칭송하나 봅니다. 그것은 이번 공연으로 인하여 우리 온 국민이 선생께 드리는 감사의 헌사일 것입니다.

글과 말로 한 평생을 살아 온 저희들은 국민들을 위로하지 못했는데 저희가 도리어 선생의 노래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선생의 일갈처럼 이차에 정치꾼들도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정치인이 되며, KBS도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진심으로 선생의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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