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춤을 추실까요
더 나한테 가깝게 다가오세요
박자를 두려워하신다면 8분의 6박자로
당신의 심장을 느슨하게 조정하세요
복잡하게 사방을 막고 있는 것들을 우심방 하나로
천천히 나사를 조이고
맹수처럼 거칠어진 부분을 스텝으로 옮기세요
몰래몰래 붉어지려 하지 마세요
더디게 자란 종려나무에
하룻밤을 걸쳐놓고
불안했던 그때의 순정을 몽환적으로 처리하세요
도둑처럼 씩씩한 얼굴로 산살바도르 원주민에게
문자를 띄우세요 아직 타다 남은 입술이 있으니
갑옷처럼 딱딱한 내 감촉을 구석구석 견뎌내세요
아직 쓰다만 애인이 있으면 불러드릴게요
벌써 새 발굽을 주문하고 있어요
자 그럼 셔터를 눌러요
입사 이력서엔 ‘아직도 애인을 소장하고 길러요’
라고 쓰세요
◇남주희(南珠熙)= 2003년 <시인정신> 시 <현대수필> 수필 당선, 김우종 문학상 시부문 본상, 한국 민족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제비꽃은 오지 않았다>외 4권, 산문집 <조금씩 자라는 적막>.
<해설> 심미적 아름다움이 감성을 자극하는 에로틱함이 엿보인다.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이력서 한 장쯤은 간직하고 있다.
인간은 생애 거의 대부분의 날을 가슴속 이력서에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산다. 시어들 내포의 영역을 한층 살갑게 하는 ‘아직도 애인을 소장하고 길러요’에 화자의 충돌적 유려함이 담뿍 담겨있다. 읽을 만한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