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나훈아
정치인과 나훈아
  • 승인 2020.10.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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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추석 연휴, 정치권이 기대한 국민여론은 별로였다. 코로나로 고향에 가지 말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부모친척을 찾기보다 젊은 층은 제 식구와 펜션에 머물거나 관광지를 찾았다. 명절 때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내려가 민심을 듣는 것이 상례였으나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보통 큰 명절을 앞두고 집권층, 정치권은 골치 아픈 문제를 명절 밥상에 올리지 않기 위해 명절 전에 끝내려고 애썼다. 명절분위기에 좋지 못한 정치적 기억들을 잊어주기를 바래서다. 그러나 금년 추석에 지역구를 다녀 온 국회의원들은 지역민심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생업 등에 찌든 지역민들이 마음 문을 닫고 있어 정치적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문제가 큰 이슈로 비등하자 8개월이나 꾸물대던 검찰이 서둘러 추석 바로 전에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추장관의 문제가 숙지지 않고 검찰 수사종결에도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검찰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구조적 변화를 추구했지만 오히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국정감사장은 추 장관 문제로 매우 시끄러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유익을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국록을 먹는 공인이 거짓으로 사실을 은폐하려고 들면 국민들은 분노한다. 가끔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추장관의 경우 당사자도 한결같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고 또 검찰도 혐의가 없다고 하는데도 왜 언론은 계속 물고 들까. 검찰의 무혐의결정에 힘입어 추장관은 보수언론이 거짓프레임을 만들어 호도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국민들은 다 안다. 불행히도 우리는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을 믿지 못하는 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 정부각료나 여느 정치인의 말도 신뢰하려 들지 않는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추장관의 경우를 볼 때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여러 위법성 정치문제가 검찰에서 또 법원에서 유야무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 주는 일을 트로트 가수가 해 준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추석 전날 KBS에서 방송된 나훈아의 노래와 중간 중간 털어내는 입담은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15년 만에 나타난 74세의 가황은 지치지도 않고 2시간40분간 시청자들을 음악의 정서 속으로 끌고 갔다. 청중 없는 언택트 공연에서 그는 옛 그대로의 몸짓과 열창, 가식 없는 코멘트로 TV앞에 앉아있는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적이 없다” “나라를 누가 지켰는가 하면 바로 여러분이 지켰다. 여러분이 세계 1등 국민이다” “KBS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는 등 누가 들어도 다 옳은 말을 했다.

그는 국회의원직도 사양했고 국내 제1 재벌의 생일날 초대가수로 와 달라는 청도 단호히 거절했다. 또 정부가 훈장을 주겠다는 데도 사양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그의 굳은 심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훈아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라는 말도 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위정자(爲政者)를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단순히 생각하지 않고 거짓정치를 하는 위정자(僞政者)로 해석하고 싶다. 그래야 언맥이 통한다.

나훈아의 의미 있는 말들에 정치권은 아전인수 격이다. 야당은 현 시국을 빗대 한 말이라고 하고 여당은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공박한다. 반면 국민들은 “속 시원한 위로” “지친 대한민국을 일으켜 준 노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보통국민,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한 말에 사족을 붙여가면서 자기 편의대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정치인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기능은 고사하고 여당은 청와대의 시녀로, 힘없는 야당은 제 목소리를 끝까지 내지 못하고 끌려가는 형상을 보면서 과연 이 나라의 국회의원은 위정자(爲政者)인지 위정자(僞政者)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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