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통합 열차는 출발하였지만
대구경북통합 열차는 출발하였지만
  • 승인 2020.10.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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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천하는 나누어지면 합쳐지고, 합쳐지면 나누어짐을 반복한다고 했던가? 코로나19라는 역병에 모든 국민들의 정신이 빼앗겨 있는 가운데 지역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일부 광역자치단체들의 통합과 분리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의 분리, 대구와 경북의 통합, 광주와 전남의 통합, 부산·울산·경남을 한데 묶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메가시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경북의 중심 도시인 대구가 1981년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북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양 지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도모해왔으나, 경제 환경의 변화로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라 양 지역은 나날이 정체되거나 쇠퇴되었다. 이에 자치시대의 도래와 함께 필요에 의해 상생협력 기구를 만들어 협력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같은 광역자치단체이지만 그 기능과 권한 및 재원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와 관계에 있어 광역시와 도(道)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 예를 들어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만 하더라도 광역단체인 대구와 기초단체인 구미가 협상의 대상이지 광역단체인 경북도가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광역단체라 하더라도 대구와 경북의 상생협력 성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광역시와 도는 분명 같은 광역자치단체이지만 가지고 있는 권한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경북의 통합 논의는 경북지사가 지난해 12월 아시아포럼21에서 “도지사직을 내려놓더라도 대구·경북이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대구시장이 같은 날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 생각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 통합의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행정통합에 의기투합함에 따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지난 5월 통합에 따른 장점을 부각시킨 ‘대구경북행정통합 기본구상’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2년을 목표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비전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통합자치단체의 방향·방식·절차·형태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할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도 지난 9월 21일 출범되었다.

행정통합 논의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은 대구시와 산하 7개 자치구의 법인격과 기관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구상안’을 보면 대구경북 행정체계를 현재 ‘1광역시 8개 구·군-1광역도 23개 시·군’에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 32개 시·군·구’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통합 과정의 쟁점으로 부각될 대구시와 7개 자치구의 지위에 대해서 몇 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어떤 것이던 현행 지방자치법 아래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현재 국회에 정부안으로 제출되어 있는 ‘기관구성 다양화’와 ‘지방재정조정제도’의 도입을 명문화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전면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고 후속 관련 법률들이 제정되든지, 아니면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나 세종특별자치시와 같이 ‘대구경북특별자치도(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대구·경북이 처한 정치 역학 구도를 볼 때 쉽지 않아 2022년 통합은 매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통합 논의에 자체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양 자치단체장들이 통합을 앞세운 이면에 어떤 숨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통합 논의가 숨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전히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도지사와 광역시장은 통합자치도 단체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시·도민에게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한번 새겨볼만 하다.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통합논의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 많은 시·도민들은 코로나19에 정신이 팔려 대구·경북의 통합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도민의 통합 논의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공론화위원회가 주력해야 할 큰 책무중의 하나이다. 비록 지난 4월 대구경북연구원이 대구·경북 지역민 2000명을 대상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51.3%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지역사회에서 공론화되면서 장단점과 더불어 특히 대구광역시와 7개 구의 자치단체로서의 법인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은 단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

이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운데 대구경북통합 논의에 관한 열차는 2022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출발하였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일부의 우려처럼 사전에 짜놓은 각본대로 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으로만 진행된다면 시·도민의 큰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깨어진 거울을 다시 붙이는 것과 같이 통합은 분리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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