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유
아픈 이유
  • 승인 2020.10.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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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한 남자가 의사를 찾아왔다. 의사를 만나자마자 그는 “의사 선생님. 제 몸이 너무 아픕니다. 제발 좀 고쳐주십시오”라고 하소연했다. 의사는 그의 말을 듣고 “그럼. 어디가 아프신지 아픈 부위를 한번 짚어 보실까요?”그는 기다렸다는 듯 먼저 자신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의 얼굴에 아픈 표정이 가득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여기만 아픈 것이 아니고 이곳도 아프고요, 저곳도 아프고요.”라며 자신의 몸, 여러 부위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아픈 부위를 의사에게 확인시키고 있었다. 손가락이 닿는 부위마다 고통이 느껴지는지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정말 그는 많이 아파 보였다.

그런데 한참을 지켜보던 의사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환자가 아프다면서 자신의 몸을 짚을 때 사용하던 손가락이 같은 손가락이었던 것이다. 그 남자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 하나로 아픈 부위를 바꿔가며 짚어가고 있었다.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의사는 그의 손가락을 보자고 했고, 그의 손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이상했다. 붓기도 있었고 만질 때마다 아프다며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다. X-ray검사를 해보니 손가락 끝이 골절 된지 오래된 듯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아서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제 왜 그가 온몸을 짚는 곳곳마다 아프다고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의 온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아픈 부위라며 짚었던 자신의 손가락 하나가 아팠던 탓이었다. 그는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짚으며 온 몸이 아프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남자를 보며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저 남자처럼 비슷하게 살아가는 바보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분명히 자신의 문제인데 타인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아픔의 원인이 자신이라 자기 자신 때문에 아픈 건데도, 타인이 원인이라 말하며 타인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의 공통점은 저 사람 때문에 아프고, 이 사람 때문에 아프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위에 자신을 아프게만 하는 사람뿐이라며 사람과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면 정작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어딜 가나 갈등을 일으키고, 사람들과 마찰이 발생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하소연은 늘 타인에게 상처 받았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안 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아파하는 그를 위로도 해주고, 공감도 해주며 함께 그를 아프게 한 사람들을 향해 “참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맞장구도 쳐준다. 하지만 그의 하소연은 끝이 나지 않는다. 어제도 그 이야기였고, 오늘도 마찬가지, 내일도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만날 때마다 남을 탓하고 모든 것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모습에 나 역시 점점 지쳐가게 된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와의 만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음이 불편하면 당연히 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만남의 시간이 줄어들고, 어느 순간 그 사람에게 나 역시 상처를 준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후 그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늘 해오듯이 나를 포함하여 자신을 섭섭하게 하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욕하며 살아 갈 것이다. 늘 똑같은 삶의 패턴이다.

세상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자신의 세상을 완성해야 한다. 자신이 만들고 창조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살펴야 하는 것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의 것들이다. 행복도 안에서 나오고, 슬픔도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몸과 마음을 잘 살펴야겠다. 아픈 손가락으로 이곳, 저곳 쑤셔가며 세상이 나를 아프게 한다며 울고불고하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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