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 승인 2020.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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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경주시 양남면에 살고 있는 첫째 며느리가 세 돌이 다되어 가는 둘째 손자의 그림 색칠 사진을 카카오 톡으로 보내왔다. ‘준이가 혼자서 색칠한 그림이에요. 고슴도치 엄마라서 그런지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자랑해요.’라는 글과 함께였다. ‘고슴도치 엄마’란 자기 자식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며 귀여워하는 엄마를 일컫는 말이다. 세 돌 아이의 그림문자 시작이다. 벽면이 괜찮을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속담에서 ‘고슴도치 엄마’가 나온듯하다. ‘함함하다’는 뜻은 국어사전에서 ‘털 따위가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소담하고 탐스럽다.’라고 되어 있다. 참 아름다운 말글이다.
오늘은 ‘574돌 한글날’이다. 1926년 11월 4일 ‘가갸날’을 처음으로 기념하였다. 그리고 1928년에는 ‘가갸날’을 ‘한글날’로 이름을 바꿨다. 1945년에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하였다. 1946년에는 법정공휴일이 되었다. 그러다가 기념일이 되었다가 2006년 국경일이 되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부터 세계적으로 보존할 만큼 뛰어난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였다. 그 해에 우리나라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처음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세계에 많은 문자가 있지만 왕이 창제한 글자는 없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큰 뜻은 우리 글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자주정신, 백성들이 글자를 몰라서 겪는 고통을 덜어주고자 한 애민정신, 누구라도 쉽게 배워서 익힘에 편리한 과학정신이다. 이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에 뚜렷이 밝혀져 있다. 또 훈민정음 제정에 대한 동기, 목적, 글자, 효용가치가 잘 나타나 있다. 서문은 문장이 간결하다. 내용은 깊이가 있다. 또한 엄청난 무게감이 있다.
라틴 알파벳 문자는 오천 년이라고 한다. 중국의 갑골문자는 삼천 년, 한글은 574년이다. 대부분의 문자는 그림문자이지만 한글은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문자는 한글이 세계 유일하다.
한글 창제에 많은 공을 세운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뒷부분에서 ‘세종대왕이 스물여덟 글자를 창제 하시니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 닭의 홰치는 소리, 개의 짖음도 능히 쓸 수 있다.’고 하였다.
필자의 어머니는 1907년생이었다. 당시에 문종이에 베낀 ‘가갸’를 반짇고리에 담아놓고 바느질을 하면서 익혔다고 한다. ‘ㄱ(기역)으로 집을 짓고, ㄴ(니은)으로 문을 달고, ㄷ(디귿)으로 담을 쌓고, …’로 가사(歌辭)를 만들어 닿소리를 외웠단다. ‘ㄱ(기역)에 땡(·)을 하면 가이고, ㄴ(니은)에 땡(·)을 하면 나이고, …’하면서 홀소리를 익히곤 했단다. 물레로 명주실을 잣을 때도, 필자를 무릎에 눕혀 재우면서 자장가 삼아 불렀다. 필자의 어릴 적 어머니는 ‘화전가’나 ‘내방가사’를 보고 읊었었다. 분명히 한글은 여러 개의 닿소리와 홀소리가 합쳐지면서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와 확연히 구별되는 ‘자질(資質)’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한글을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인정을 하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 20조(한글날)에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고 되어 있다.
간판 글자. 옷 무늬, 책 디자인, 건축물, 생활용품 등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글은 활용되고 있다. 국력이 커지는 만큼 한글은 글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를 가꾸어 주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한글 창제 원리에 의한 자모음의 결합 법칙으로 ‘한글 또박또박’이라는 웹을 만들었다. 초등 1학년 학생별 한글 해득 수준을 면밀히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한글 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잔인한 코로나19로 학교 등교가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안쓰럽다.
혹 아이가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 못되더라도 좋다고 추어주면 기뻐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함함하다면 좋아한다.’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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