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은 스토리텔링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은 스토리텔링이다
  • 승인 2020.10.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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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이번 추석명절에는 참 유별난 일들이 많았다. 방역 당국의 권고로 가족 간의 만남이 제한되면서 많은 어르신들이 명절을 외롭게 보냈다. 고향 방문은 줄었지만 긴 연휴 탓인지 젊은이들의 휴양지 방문은 크게 늘어났다. 정부는 방역에 대한 당부 메시지를 하루에도 몇 차례나 보냈다. KBS방송은 추석전날 밤 언택트 생방송 형식으로 ‘나훈아 쇼’를 방영하여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공연 중 나훈아가 한 말들과 그가 부른 ‘테스형’은 폭발적인 화제가 되었다. 현직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여행을 떠난 일도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방역을 이유로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여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비평가 진중권은 이러한 사건들의 의미를 촌철살인의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사회가‘자유주의’가치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너무 약하다고 느낀다.”그의 말은 공동체적 이익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유와 질서는 민주사회의 안정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 둘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늘 반목하고 충돌한다. 그런데 자유롭고 풍요한 시민 생활은 자유와 질서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보장된다. 질서 없는 자유는 혼란 그 자체이며, 자유 없는 질서는 곧 전체주의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질서가 조화를 이루려면 반드시 대화와 소통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대화와 소통의 방식도 급변했다. 대면으로 소통했던 컨택트(contact) 시대가 온라인 만남이 일상이 되는 온택트(ontact) 시대로 바뀌었다. 이미 세상은 누구와도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유택트(U-tact) 시대에 진입했다. 온라인에서도 실재와 동일한 수준의 경험을 재현한다는 유택트는 10년 후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일상화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소통의 도구는 급속히 진화되고 있지만, 정작 소통의 내용에 진정성이 결핍된 현실에서 우리는 갈등하며 살고 있다.

마케팅도 소통이 핵심이다. 과거 판매자의 일방적 소통에서 이제는 구매자 중심의 쌍방형 소통이 필수다. 마케팅의 최종목표인 고객만족도 소통기반이 무너지면 구두선에 불과하다. 소통기반이란 소통의 내용물과 소통방법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온택트 시대는 디지털 방식의 소통도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소통의 내용인 이야기, 즉 스토리(story)다. 왜냐하면 스토리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것이 스토리 자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들려줄 아이디어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어 퍼뜨리는 일, 즉 스토리텔링이다. 애플은 사람들이 표준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나이키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 에어비앤비는 세계 곳곳에 사는 여행자들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란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세스 고딘은 “스토리텔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방식이며, 아이디어를 퍼뜨리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그대로를 말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이야기하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책,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는 스토리를 차별화하는 핵심 개념으로 ‘리마커블(remarkable, 비상한)’을 제안하였다. 그저 그런 누런 소들로 가득 찬 지루한 들판의 풍경 속에서 만일 한 마리의 보랏빛 소를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경이로움을 느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타인에게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그는 “리마커블하고, 일관성 있고, 진정성이 있는 스토리를 들려 줄 때 마케팅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억지로 만든 스토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스토리만 믿는다. 스토리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내용과 방식이 소비자의 삶과 일치해야 한다. 동시에 짧고, 쉽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기꺼이 그 스토리를 믿고, 수용하고, 타인에게 전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믿고 이야기할 만한 스토리가 만들어져서 제대로 전달될 때 비로소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성공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행정의 모든 부분에서 국민과 지역주민의 신뢰와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믿을 만하고 차별적이면서 훌륭한 스토리가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지역주민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그들이 가장 기대하는 요소를 담아낸 것이라야 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즉 자부심, 공존감, 안전성, 쾌적성, 선진성, 성공, 재미, 기쁨, 소속감 등이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말한 어린왕자의 주장은 언제 어디서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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