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부끄럽지 않은가?
댓글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부끄럽지 않은가?
  • 승인 2020.10.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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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국가의 정책에 있어 세밀한 면까지 이해하고 있는 국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나 전문분야의 경우 더욱 더 그러하다. 정부는 51%의 찬성으로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겠다는 의대 4학년 학생들에게 힘으로 찍어 누르려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일반 국민들은 의사 국가고시가 가지고 있는 면허시험이라는 특성을 잘 모른다.

의사 국가고시는 일반 공무원이나 행정고시 같은 채용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를 만드는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사가 되기 위해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하는 예비 의료인에게 정부가 의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가 보증하는 의사 면허를 주기 위한 시험인 것이다. 이러한 전문직 면허제도는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회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 면허제도는 의사를 위함이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정부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증원하겠다고 하다가 이런 일을 자초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 해에 3000명의 의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국가고시를 다시 시행할 의사가 없다고 학생들과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진정 그들이 주장하는 의사가 부족한 나라라고 하던 입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3000여 명의 예비 의사들이 면허를 따지 못하면 지금 유지되고 있는 공중보건의 제도, 인턴제도, 군의관 제도, 전공의 제도가 약 5년 동안 몸살을 앓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혼돈에 빠지게 될 것이 자명한데도 댓글에 반대 의견이 많다고 국민 정서 운운하며 똥고집을 피운다.

잘못된 정책을 만들려는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것이 무엇이 사과할 일인가?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 자신의 1년을 포기하려한 우리 학생들이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가? 자신들의 잘못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 정부의 작금의 행태는 어떤 식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지금 정부는 경쟁에서 도태된 자들을 위로하는 척 하며 실제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몰두한다. 정치는 도태된 자들을 위로하는 것 보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우선해야 하고 공정한 경쟁을 이겨낸 자들에게 사회적 존경을 보내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보다 진 사람이 훨씬 많으니 당연히 표는 진 사람을 응원하면 많이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 정부는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정 경쟁을 통해 언젠가는 노력해서 이를 수 있는 목표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12년을 참고 견디며 의대에 진학하고 6년간을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될 준비를 마친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다. 누가 20여 년의 인고의 노력에 돌을 던질 것인가? 지금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아직 때 묻지 않았고 진정한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젊은이 들이다. 이들의 주장 중에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는 데 왜 정부는 이들에게 돌을 던지나? 파퓰리즘의 극치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의사 국가고시의 시행이 기술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인 것은 의사들은 다 알고 있다. 과거 1995년 의사 국가고시 난이도 조정의 실패로 합격률이 너무 낮아 약 30% 정도의 의사가 모자랄 때에도 전 의료계가 난리가 나서 결국 불합격자에 대한 재시험을 치룬 적이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시행하는 시험인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아는 거짓말이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잘 판단하여야 한다. 이 알량한 정부의 자존심 농간에 휩쓸릴 것 같은가? 정답을 찾아 20여년을 공부한 순수한 학생들이다. 자신들의 소신을 위해 1년 정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바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의사 국가고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빠른 시기에 의사 국가고시 일정을 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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