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지역은 한 대도 없어
대구 30층 이상 아파트 61%
전문가 “고가사다리도 한계
건물 내 화재 예방 환경 중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지난 9일 소방청에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배치된 높이 70m 이상 고가사다리차는 총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시·도 중 고가사다리차를 보유한 곳은 지난 1월 1일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부산·대전·세종·제주 등 7개 지역이다. 나머지 대구와 경북·강원·광주·울산·경남·충북·충남·전북·전남 등 10개 지역은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은 2대씩 보유하고 있어 수도권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일반 사다리차와 굴절차의 경우 전국에 총 461대 배치돼 있다. 이 중 아파트 15층 높이인 33m 이상(53m 이하)은 318대, 33m 미만은 143대다. 대구가 보유한 굴절차 9대 중 절반가량인 5대가 33m 이상에 속했고, 일반 사다리차 9대는 모두 33m보다 높았다. 경북의 경우 굴절차 21대 전체와 일반 사다리차 15대 중 14대가 33m 이상으로 조사됐다.
고가사다리차가 없는 곳에서는 필요 시 비교적 가까운 다른 지역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사고 대응에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사는 대목이다.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지상 33층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난 울산도 부산에서 72m 고가사다리차를 지원 받았다.
소방 당국은 시·도별로 고가사다리차 구매 시급성과 예산을 고려해 배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소방청 차원에서 배치 기준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소방본부는 내년 고가사다리차를 1대 추가 도입하고, 충남소방본부는 오는 2023년에 1대를 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고층 건축물이 점차 늘어 70m 고가사다리차를 사용한 대응에도 한계가 커지고 있고, 도심에서 진압 공간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축물 내 소방시설과 건축자재를 통해 화재를 예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에 분포한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4천692개로, 82.8%(3천885개)를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고층 건축물 219개 중 61.1%(134개)가 아파트였고, 경북에서는 고층 건축물 120개 모두 아파트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소의 대비와 매뉴얼에 따른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한 사고였다”면서 “외장재의 안전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건축된 고층건물은 여전히 대형화재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부족한 초고층 고가사다리차 보강도 절실한 과제다. 이번 화재 사고를 통해 드러난 개선과제를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