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신드롬, 내 길부터 제대로 걸으라는 나훈아의 일갈
나훈아 신드롬, 내 길부터 제대로 걸으라는 나훈아의 일갈
  • 승인 2020.10.12 21: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들려오던 노래가 나훈아의 곡으로 바뀌었다. 자이언트 펭TV의 펭수도 '테스형! 펭훈아 런치쇼'로 나훈아 쇼를 재현했다. '테스형'은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운영하는 가온차트 BGM부문에서 9월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다. 음원플랫폼 기업 지니뮤직에서는 추석 다음 날부터 '테스형!' 스트리밍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전 주보다 3,733% 증가했다고 한다.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는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주간 '인기 키워드 베스트'에서 '테스형!'이 1위를 차지했고, 검색자의 연령대도 20대가 37%, 30대 34%, 스트리밍 연령대도 2030세대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지난 8월에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 뮤직비디오를 단독 공개한 유튜브 채널 '다날엔터테인먼트'에서도 '테스형!'은 31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의 '나훈아' 기본 정보에는 "나훈아가 소크라테스 의형제"라는 설명이 등록됐다. 이렇게 나훈아의 '테스형'은 새로운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등장했다.

모든 것이 지난 9월 30일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방영된 이후의 변화다. 15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 그에 대한 호응은 뜨거웠다. 시청률은 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추석 특집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도 18.7%의 시청률을 기록을 정도다. 비단 중장년층의 호응만은 아니었다. 추석 이후, 검색창에서는 나훈아 홀릭, 나훈아 신드롬이 자주 등장하며. '나훈아 할아버지'에 대한 인터넷게시물도 종종 보인다. "이 할아버지 좀 찐(진짜)인듯", "이건 어느 아이돌도 못 할 능력", "레전드였네", "왜 어른들이 나훈아 하는지 느꼈다" 등의 댓글로 '나훈아 할아버지'를 이야기하며 하나같이 '덕통사고(교통사고처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분야의 팬이 됨)'를 당했다고 고백한다.

대한민국의 전 연령이 그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연 내내 보여준 다양한 퍼포먼스가 모두 노래에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또 15년 만의 콘서트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것 또한 이유 중의 하나다. 다시 말해 대중은 노래하지 않는 나훈아를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이다. 평소, 가요프로그램이나 행사는 물론 광고나 예능에 출연하지 않고, 사업이나 정치 등 다른 분야에서도 그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곡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있었으며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2시간 40분을 공연한 그의 출연료가 노개런티였다는 사실이다. "5억 원의 출연료를 거부한 것은 편집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말에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처음 기획할 때부터 출연료 액수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라는 행사관계자의 설명이나 2시간 40분의 공연 동안 중간 광고가 단 한 번도 없었던 점에 기반하자면 '대중이 원하는 때에 대중에게 가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대중가수로의 소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봄 '코로나로 힘든 국민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며 콘서트를 계획했다는 나훈아는 콘서트 2개월 전부터 연습을 위해 KBS 별관 스튜디오에 항상 먼저 출근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공연 당일, 2시간 40분의 공연 동안 19벌의 의상을 갈아입으며 29곡을 쉬지 않고 소화해낸 그는 다시 홀연히 사라졌고 대중은 다시 예전처럼 그의 노래로 그를 기억한다.

한 길을 걷는다는 것,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중가수로 '가수' 한 길을 걷는 경우는 최근 들어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요즘의 연예계에서 '나훈아'가 보여준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소신은 대중에게 더 큰 울림이 되었다. 15년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를 대중은 노래로 그를 기억했고, 그런 대중에게 다시 노래로 화답한 가수였으니 그의 말 그대로 '가수'라는 직업이 보여줄 수 있는 전부를 보여줬다.

"우리는 유행가 가수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뭐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그런 거 묻지 마소."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갈 줄조차 모르는 이들이 수두룩한 요즘이다. 하나라도 잘해야 하는 세상에 하나조차 못하는 우리다. 우리도 꼭 뭐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 길을 제대로 걸어가는 것부터 해보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