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함이 정의(正義)가 되어버린 나라
뻔뻔함이 정의(正義)가 되어버린 나라
  • 승인 2020.10.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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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계명대 겸임교수
문재인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한 때는 그를 지지한 적도 있었다. 비록 TV 화면이었지만 순박하고, 진지하면서도 환히 웃는 밝은 표정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목에서 그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연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취임 3년이 넘은 지금 너무도 허탈한 심정이다. 이 좋은 연설이 두 명의 법무부장관으로 인해 허언(虛言)이 되어서다. 조국 전장관은 딸 입시비리등 11개 죄목으로 기소(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등) 되었고, 추미애장관은 아들 황제휴가문제로 떠들썩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영논리와 국론분열의 진원지가 법무부장관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을 지키고 정의를 구현할 정부의 책임자리인 법무부의 수장이 법의 정신을 도외시 한다는 점이다.

추장관은 윤석열검찰총장이 자신의 영을 거역하였다고 눈을 부라렸는데 막상 자신은 대통령의 영까지 뭉개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대통령은 윤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엄명했다. 윤총장은 대통령 뜻에 따라 엄정하게 청와대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속속 혐의가 들춰지자 추장관은 검찰인사권을 통해 수사검사 전원을 좌천시키고, 그 자리에 소위 자신의 측근인 ‘신추파(新秋派)’를 앉혔다. 이 통에 세상에서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추풍낙검(秋風落檢)’, ‘애완검(檢)’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엄정수사를 하겠다던 윤총장은 식물총장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는 것 같다. ‘청년의 날’ 행사에서 ‘공정(公正)’을 37번이나 외쳤다면 추장관의 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를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바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이 “우리 대통령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추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소설 쓰네”, “무엇 때문에 보좌관이 사적인 아들의 휴가문제에 개입하겠느냐?”며, 언성을 높였는데 이런 거짓말을 하고도 추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여당의원들이 떼거리로 옹호하고 나선다면, 무슨 법치주의 국가고, OECD회원국이라고 으스댈 수 있을까? 법무부장관의 세도가 이 정도니 서열이 높은 강경화외교부장관도 ‘강로남불’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킬만하다. 강장관은 추석 전에 국민들에게 코로나 종식을 위해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는 권고를 했다. 국민들은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나라를 붙들기 위해 정부의 당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강장관의 남편은 ‘요트’를 구입한다고 버젓이 코로나 위험지역인 미국여행을 떠났다. ‘조로남불’, ‘추로남불’도 모자라 ‘강로남불’로 덧칠했다. 그러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시쳇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서야” 야당 인사였다면 친여 매스컴이 난도질과 도배를 하고도 남았을 일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뻔뻔함이 정의(正義)’가 되어버린 나라가 되고 말았다.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게다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등을 친 혐의(준사기, 업무상횡령 등)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꿋꿋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 성추행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고박원순서울시장 사건은 그 수사가 오리무중이다. 같은 성추행사건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오거돈 전부산시장도 사건수사가 어찌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관련 전울산시장 선거부정사건도 검찰수사체계 와해로 진척이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이쯤 되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정중한 사과 한 마디 있어야 되지 않을까? 기가 찬 것은 이낙연 당대표다. 기자가 “추장관 보좌관이 추장관 아들 부대에 전화한 것이 확인되었는데 거짓말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랬던 가요?”다. 당대표조차 부끄러움이 없고, 시치미를 떼는 판국에 누구를 탓하랴.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앞으로 20년간 집권할 것이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분명한 것은 오만한 정부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역사적 진실이다.

권력도 좋지만 좀 부끄러울 줄도 알아야 사람이지 않겠는가? ‘조국백서’, ‘조국흑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한국. 정치권 모두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전쟁종식 선언’도 좋지만 민간인인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을 맞고 불태워졌는데, 그 아들과 가족이 오열하고 있는데, 이 것 하나 풀지 못하면서 무슨 평화인가? 모든 사단(事端)은 성급함과 집착에서 온다. 참모들이 간신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대통령에게 비단옷만 입히려 하지 말고, 무명옷을 내어주기 바란다. 자칫 대통령이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회자되면 국민이 부끄러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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