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사회 고발 영화 ... 이달 중 개봉 예정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이들의 뻔한 성장담에 그치지 않는다. 유쾌한 성장담 안에는 날카로운 사회 고발 드라마가 담겨있고 영리하게 줄을 타며 뻗어 나간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느라 지루해지기 쉬운 초반부터 경쾌한 속도로 출발해 감동을 만들어내느라 늘어지기 쉬운 결말까지 명랑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사회 고발 드라마로서 집요하고 깊이 있게 사건을 파고들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 플롯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재미를 더한다.
만만치 않은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으면서도, 정의를 믿는 작은 힘들이 모여 희망이 되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낙관이 부담스럽지 않게 우리의, 각자의 현실을 곱씹어 보게 한다.
업무 능력은 출중하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로 청소와 커피 타기, 구두 배달과 담배 심부름을 하는 8년차 직원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은 토익 점수 600점을 넘기면 대리 진급을 시켜 준다는 이야기에 회사 토익반에 모인다.
상사들은 물론 한참 후배인 남자 직원의 뒤치다꺼리를 도맡고 있는 자영과 대졸 사원에게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유나, 천재적인 수학 실력으로 룸살롱 영수증 숫자나 맞추고 있는 보람은 대리로 승진해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진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업무와 상관없는 심부름을 하러 공장에 갔던 자영은 폐수 방류 현장을 목격하고, 특기인 오지랖으로 그냥 넘기지 못한다.
대리 후배를 구슬려 회사에 보고하게 하고, 현장을 조사한 회사는 미량의 페놀이 발견됐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약간의 보상금을 주며 무마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합의서를 받으러 다니며 심상치 않은 장면들을 직접 목격한 자영은 찜찜함을 묻어두지 않고 유나, 보람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세 사람은 각자의 재능과 기지는 물론, 부서마다 있는 여성 직원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진한다.
영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기 전, 어느 때보다 풍요로웠던 시절이지만 그 예고편처럼 벌어지고 있었을 외국 자본이 얽힌 경제 범죄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대기업의 만행 같은 굵직한 사건부터 고졸 여성 직원에게 불편한 유니폼을 입혀 놓고 잡무와 감정 노동을 강요했던 사회 분위기, 내부 고발자가 처하게 되는 잔인한 현실까지도 짧지만,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이달 중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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