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
[문화칼럼]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
  • 승인 2020.10.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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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바리톤 이응광은 최근 스위스 루체른 오페라 극장에서 롯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출연 하였다. 스위스 역시 현재 코로나19가 재 확산 되면서 하루 400명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매우 엄격하고 꼼꼼하게 적용하면서 관객들의 안전과 소중한 무대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둔 채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고 고요히 관람만 한다. 식당, 대중교통 등 그 어느 곳보다 극장에서는 대화를 삼가며 안전한 공연장 환경을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한국도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공연장운영을 통하여 진정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한 무대 위의 음악이 더 많이 울렸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했다. 프리미에르 공연 후 말한 루체른 오페라 감독의 말이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여러분, 예술이 진정한 이시대의 백신입니다. 이제 더 이상 공연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Show must go on!”

미국의 경우 많은 공연장이 셧다운 또는 주요 공연 취소, 연기가 내년 시즌 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유럽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여의치 않기는 매일반이다. 독일은 공연장은 가동하고 있으나 정상적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합창, 오케스트라 편성의 오페라는 지양한다. 출연진 규모가 작은 소 편성 작품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합창도 절반씩 나누어서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다 연출 라인도 새롭게 짠다고 한다. 가능하면 출연진끼리도 동 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론 객석 오픈도 절반 정도로 줄여서 하고 있다. 그나마도 다 차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비해서 스위스 주요 오페라 극장이 상당부분 정상 가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나 운영진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관객들의 자세,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연을 앞둔 행복한 저녁에, 반가운 지인들과의 대화를 금하면서까지 연주를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그들에게 소중하고 절실한 것이다.

지난 봄 팬데믹이 덮쳐 모든 공연이 셧다운 되었을 때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국에서 가장먼저 그리고 긴 기간 동안 온라인 공연을 시작했다. 그 후 공공공연장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연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온라인 공연이 예산낭비라는 이의 제기도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우선은 예술인 일자리 창출이 큰 목적이었다는 것을 간과 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기존의 해외 공연영상 및 일부 국내 작품의 유료 온라인의 성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고육지책 이라는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무대 위의 공연은 대체불가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마음의 위안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이 펼쳐지는 현장의 질감이다. ‘모여서 함께’ 라는 가장 아름다운 덕목의 제약이 있는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절실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술이 온갖 모습으로 화려하게 펼쳐질수록 육성의 파장이 갖는 힘에 대한 갈증은 커진다. 공연장의 긴장감 가득한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바이올린 소리 결을 도대체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것은 함께 지키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스위스의 사례가 와 닿는다. 마스크를 썼다 하더라도 대화에는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완벽한 방역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애를 쓴다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무대 위의 예술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 무대 위에서 존재의 의의가 빛나는 예술가 들이 그렇다. 이들에게는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가 간절하다. 간절함이란 생존과 맞닿아 있는 단어다. 예술가의 이런 간절함 들을 모아 공감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2차 대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 다시 공연·전시장이 열리고 있다. 공연·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인다. 이것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작고·낮고·느림’의 가치를 발견하고 배웠다. 예술을 대함에 있어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고요히 응시할 일이다. 그래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대화를 멈추면 공연은 계속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마음으로 예술을 감상하면 우리의 마음은 더 잘 열린다. 공연·전시를 마음으로 향유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무대를 지키기 위하여,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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