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라면 형제’를 막기 위해
두 번째 ‘라면 형제’를 막기 위해
  • 승인 2020.10.15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지난 달 인천에서는 보호자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초등생 형제가 중상을 입었다. 조금씩 의식을 찾고 회복하고 있다는 최근의 소식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전 국민 모두가 이들의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방임 아동의 문제라는 점에서, 교육계는 그 책무성을 더욱 실감한 사건이었다.

‘라면 형제’ 사건으로 일어난 사회적 관심에 따라 교육부는 얼마 전, 방임 아동이나 학대 아동에 대한 보호 방안을 재정비하기 시작하였다. 방임이나 학대를 받는 아이들을 가정법원에서 시설 보호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게 되고, 돌봄 서비스 기관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하면서,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부모가 일방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경우 이전과 달리 과태료도 부과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며 내년까지 전국 모든 시, 군, 구에 관련 전담자가 배치된다. 이혼 이후 결정된 양육비를 내지 않는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는 그 명단이 공식적으로 공개된다.

교사는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의무자다. 아이들의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러한 신고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사례가 많다. 교사가 학대를 의심하여 신고하면, 경찰이 해당 보호자와 이야기하면서 ‘신고한 교사의 입장을 들어보라는’ 이유로 신상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웃긴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 등에서 담임교사가 자신을 아동학대자로 신고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해당 교사에게 찾아가 거꾸로 사과까지 받아낸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법적으로는 의무화는 하였지만, 구체적인 처리 방법 등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교사일지 모른다. 학생의 모습이나 태도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학생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어보면서 교사는 이들이 겪고 있는 가정 내의 문제를 알아챌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가정에서의 문제는 금세 드러난다. 사실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 학생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수업 태도, 과제, 출결 등에서 그 누구보다 먼저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침은 아이가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교사가 즉각적 행동을 망설이게 되는 사유가 된다. 이와 관련한 일련의 절차들이 분명하게 정비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이것이 과연 학폭 사안으로 처리될 문제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생각해 볼 점은 방임 아동에게 돌봄 교실을 우선 이용하게 하는 정부의 방침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삼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방임 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방임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인데, 어쩌면 일시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부모의 방임을 제재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혹은 교육적인 방향 역시 고민되어야 한다. 학부모 교육의 방침 역시 이들의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고소나 과태료 등의 처벌적인 방침 외에도 아이와 부모 간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상담이나 치료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부모와 자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온 지자체에 뿌려질 아동학대 담당자의 전문성 역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부모의 체벌을 합법화하게끔 만들기도 했던 법 조항도 사라지게 되었다.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목적으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민법915조 이야기다. 제정된 지 60년 만에 삭제되는 셈이다.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매’는 부모에게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학생을 점점 더 성숙한 인격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이슈가 된 슬픈 사건으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에 대한 ‘정책수립의 창’이 뒤늦게나마 열리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두 번째 ‘라면 형제’는 우리 모두가 막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