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짓이 아니다
결혼은 미친짓이 아니다
  • 승인 2020.10.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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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코로나로 인해 결혼시장도 불황이다. 결혼을 연기하는 커플들이 늘어나고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한다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7월까지 혼인건수가 역대 최저치라 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경기 침체가 되면서 그 영향이 결혼에도 미친다. 무더위가 가고 파란 하늘이 드높은 가을이면 신랑신부들의 청첩장 행렬이 줄을 이었다. 올 가을은 찬바람에 옷깃을 여밀 뿐, 예년의 가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결혼을 서두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혼 자체에 대한 설레임도 그다지 없는 듯하다.

가을 햇살에 눈이 부셔서 몸단장도 할 겸, 단골 네일아트샵에 갔다. 20대 중반의 처음 보는 아가씨가 상냥하게 맞아 주었다. 그녀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주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객의 취향을 살폈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나이는 몇 살인지 등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성격이 밝은 그녀는 망설임 없이 질문에 흔쾌히 대답했다.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한단다. 남자친구도 똑같은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남자친구는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또래의 결혼한 친구들이 자신의 삶은 없고 아이에 매달리고 시댁식구 눈치보고 사는 게 싫다는, 명백하게 결혼 안하려는 이유를 댔다. 엄마도 능력 있으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에 남친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고, 예쁜 강아지 한 마리 기르며 살거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민낯을 보는 거 같아 당혹스러웠다.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생각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들은 구속도 싫고 육아로 힘든 것도 싫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얼마전 여성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식 일정이 끝나고 뒤풀이 겸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그동안의 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이 보다 훨씬 동안인 리더가 함박웃음으로 회원들의 분위기를 띄웠다. 회원 중의 한 분이 아직 신혼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그녀의 신혼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화제가 되었다. 현재는 공직에서 퇴직하고 봉사활동과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노후를 멋지게 보내고 있었다. 신부는 환갑이 지난 노처녀로 2년전 사별하고 장성한 아들이 둘 있는 교장선생님인 남편을 만났다. 첫눈에 느낌이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통하고 싫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에 동료들이나 심지어 가족들도 반대가 심했다 했다. 그 나이에 능력도 있고 부족할 것도 없는데, 왜 남의 아이들과 남편에게 구속 당하고 뒷바라지 하는데 인생을 낭비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언젠가는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있었다고 했다. 어쩌다 혼기를 놓쳐서 많이 늦긴 했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행복한 게 더 많다고 한다. 두 사람 다 퇴직해서 둘만의 시간이 많은 게 전과 달랐다. 혼자였을 때 느꼈던 허전함이 없고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적이었다. 아침에 눈뜨면 같이 요리하고 때로는 떨어져 사는 남편의 두 아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가져다주는 즐거움도 행복이라 했다. 결혼 전에 자기 관리가 안되어 배가 나온 남편에게 맞춤식단으로 관리한 결과 지금은 청년처럼 더 건강해졌단다. 남편은 그녀가 해준 요리가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얼굴도 몸매도 그 어떤 여성보다도 아름답다고 하면서 아내의 기분을 업시킨다. 젊은 사람보다 더 열렬한 연애를 1년 정도 한 후에, 남편의 퇴직 기념식을 멋지게 차려주고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있게 말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꼭 할 만하다. 혼자보다 둘이어서 얻는 장점이 더 많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멋진 중년의 깊은 사랑얘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이유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모든 사물과 다른 것은 따뜻한 가슴의 온도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을 만나서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한다면 그 이상의 축복이 없으리라. 어렵게 택한 그녀의 중년의 사랑에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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