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어디에 둥지를 트는가 -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새는 어디에 둥지를 트는가 -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 승인 2020.10.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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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전 텔레비전에서 ‘동물 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습니다. 거기에는 세 유형의 새가 등장하였는데 공통점은 아주 힘든 곳에 집을 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새는 황조롱이었습니다.

맹금류로서 정지 비행까지 가능한 이 황조롱이가 깊은 산 속이 아닌 도시 한복판의 고층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베란다 구석 따뜻한 곳에 알을 낳은 것입니다. 일주일 동안 모두 여섯 개의 알을 낳았는데 그 중 다섯 마리가 먼저 부화되고 막내는 이틀 뒤에야 겨우 나왔습니다.

어미는 쥐나 참새 같은 먹이를 물어와 잘게 찢은 다음 새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입을 크게 벌리고 앞에 나아가는 친구가 항상 먹이를 더 많이 가로채는 것이었습니다. 막내는 형들의 무리 속에 묻혀 한 번도 먹이를 받아먹지 못하였습니다.

급기야 작은 몸집의 막내는 뒤로 밀려나 꼬박꼬박 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대로 둔다면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끝내 도태되고 마는 냉엄한 현실이 바로 머리맡 아파트 베란다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주인은 고심 끝에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막내에게 따로 먹이를 주었습니다. 쇠고기를 잘게 썰어 젓가락으로 입 앞에서 흔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먹을 힘조차 없어 쓰러지곤 하던 막내는 마침내 몇 점씩 먹기 시작하더니 점차 그 양을 늘려갔고, 점점 몸이 커져갔습니다.

이윽고 막내를 무리 속에 다시 넣어주자 막내는 형들과 함께 먹이다툼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새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원 사무실의 업무용 전기승용차 보닛 속에 둥지를 튼 딱새였습니다.

딱새는 참새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새로 나그네새였다가 지금은 텃새로도 많이 살아가는 만큼 우리 둘레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딱새가 2인승의 작은 전기자동차 밑으로 날아 들어가 엔진 옆 공간에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은 것입니다. 직원들은 그것도 모르고 경내를 운행하던 중 자동차 앞에서 새가 날아오르자 새를 다치게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살펴보았더니 다섯 마리의 새끼가 고물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공원 당국에서는 어린 새가 다 자라서 날아갈 때까지 운행을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아마 휘발유 자동차였으면 힘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세 번째 새는 고가사다리차 옆구리의 도구함 안에 둥지를 튼 딱새였습니다.

이 도구함에는 바람이 통하도록 구멍이 나있습니다. 딱새는 이 구멍으로 날아 들어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동차는 공사장으로 일을 나가는 차였기에 자주 이동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차 주인은 도구함 안에서 알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자동차에 포근한 생명체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은 알이 흔들려 깨어질까 봐 수건을 알 위에 덮어주고 조심스럽게 운행하였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알에서 새들이 깨어 나와 짹짹거렸습니다.

어미가 품어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부화되었는지 궁금해진 주인은 여러 곳에 알아본 결과 덮어준 수건이 어미 품처럼 보온(保溫)에 기여하였고, 흔들리는 차 안이어서 저절로 알 굴리기가 이루어져 자동차가 부화기(孵化器)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주인은 이 생명체를 살리기 위하여 처음에 새가 날아들었을 것 같은 주차장에 다시 차를 세워놓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한편, 어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차의 주인도 새끼들이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당분간 차를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세 곳의 새들을 통해 생명의 오묘한 적응을 느낄 수 있는가 하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점도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천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곧 인(仁)으로 이어지는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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