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일용직 과로사…쿠팡, 책임 인정하라”
“20대 일용직 과로사…쿠팡, 책임 인정하라”
  • 조재천
  • 승인 2020.10.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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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1년여간 택배 포장 작업 수행
일반 업무보다 10배는 힘들어
인력 요청 수차례 묵살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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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가 지난 12일 숨진 가운데 유족과 대책위가 16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의 책임 인정·사과 및 관계 기관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조재천기자

올해 들어 택배 노동자 8명이 과로사로 숨지면서 택배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작업을 해온 27세 노동자가 사망했다. 유가족과 노조는 쿠팡과 관계 기관에 책임 인정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인이 된 택배 노동자 A 씨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경북 칠곡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일용직으로 근무해 온 고인은 지난 12일 퇴근 후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유족은 “아들이 한 업무는 일반 업무보다 10배 이상 강도가 높아 대체할 인력이 없었다고 한다. 대체 인력을 구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을 해도 묵살했다고 하니 쿠팡을 어떻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죽음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오는 과로와 스트레스는 또 다른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다”면서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누군가가 과로로 쓰러지지 않는 직장, 특히 젊은 청년이 건강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A 씨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택배 포장 지원 업무를 해 왔다. 최영오 서비스연맹 대경본부 사무국장은 “쿠팡 측은 고인이 택배 분류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치 힘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쿠팡 측이 근무 인력을 늘리지 않아 장 씨가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 대표는 “올해만 벌써 9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숨진 택배 노동자의 유족들은 하나같이 ‘밥 먹을 시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마지막 사례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택배 노동 여건이 개선돼야 하고, 유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쿠팡은 택배 근로자 문제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결해 온 기업이다. 그런데 대책위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억지로 택배 노동자 과로 문제와 연결시키며 쿠팡을 비난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해 달라”고 했다.

사망 사건을 접수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 직무상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구두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부지청 관계자는 “유족과 노조가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노동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향후 A 씨의 부검 결과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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