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전세난민 낳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이효수 경제칼럼] 전세난민 낳는 주택임대차보호법
  • 승인 2020.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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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정부 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한다면서 졸속 입법 시행에 들어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전세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전세는 급등하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집이 늘어나고, 그나마 전월세 공급 물량이 격감하면서 경기 등 수도권으로 나가지 않으면 서울에서는 전월세를 구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 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은 지난 7월 30일 충분한 검토 및 토론도 없이 여당 단독 주도로 불과 3일 만에 졸속 입법 처리되었고, 바로 다음 날인 7월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세입자가 원하면 4년(2년+2년) 간 임대계약을 보장하는 이른바 ‘계약 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본지 ‘이효수 경제칼럼’에서 이미 정책 실패를 예견한 바 있다. 이 법에 앞서 현 정부는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길을 막아 둔 상태에서 이 법을 졸속으로 처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될 수밖에 없고, 전·월세 공급물량이 감소하니 전·월세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스스로 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여 가격 상승 압력을 만들어 놓고, 이 가격 상승 압력을 다시 인위적인 가격통제를 통해 전월세 가격 상승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순리적으로 흐르고 있는 강물을 막아 농경지를 침수시키는 어리석은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경제와 시장은 흐름이다. 흐름이 막히면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같은 집에서 대대로 살았다. 그러나 산업경제 도시생활에서는 직장 변경, 자녀 교육, 재산 증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평생 여러 차례 집을 옮기면서 산다. 그래서 자기 집을 가진 사람도 여러 가지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자기 집을 세놓고,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를 얻어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주택 임대인이면서 동시에 임차인으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부작용 사례로 연일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바로 임대인이자 임차인이다. 임차인인 홍 부총리는 최근 서울 마포 전셋집에서 최근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며 퇴거 요청을 받았지만, 전셋값은 억대로 치솟고 그마저 같은 지역에 시장에 나온 전월세 물량이 없어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임대인이기도 한 홍 부총리는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는 매매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세입자가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아파트를 구입한 매수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샀지만 전입을 못하니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매수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홍 부총리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아직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기 집이 아니라서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 달랐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 사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책 실패를 넘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고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이 오히려 전월세 값을 폭등시키고, 심지어 전월세를 구하기조차 어려워 필요한 시점에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명백한 ‘정책 실패’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세 담보대출 규제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경제 원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만 있어도 전세 공급물량을 크게 줄이고 전셋값을 폭등시키게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결과, 총 1798개 단지 중 72%인 1299개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5건 이하로 나타났다. 그 결과 서울의 전세는 급등했고, 주거이전이 빈번한 현대 사회에서 주거이전의 흐름마저 막혀버린 것이다.

심각한 사회 불신과 갈등을 낳아 사회를 분열시키고 거래비용을 높이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하면, 이 법이 시행된 8~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는 1만 78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나 증가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의 위로금을 요구하기도 하고, 웃돈을 주고라도 전세 물건을 잡으려고 하는 세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65)’는 이미 지난해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들로서 정책 실패의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92)’는 정책 실패를 넘어 서민 주거안정 및 중산층을 파괴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되지 않아 ‘전세대란’, ‘전세난민’이 연일 뉴스로 되고 있다. 그런데 정착 부총리는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슬기롭게 마음을 모으면 몇 개월 뒤 전세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국민들이 심각한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정책효과를 오도하거나 심지어 보다 강력한 규제로 시장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 무지한 것인가? 오만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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