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없다
더 이상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없다
  • 승인 2020.10.18 21: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우 대구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병원 원장
올 해 사상초유의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가 거의 마비 수준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이 팬데믹 상황을 이겨나가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우리 의료진들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으며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사태를 야기한 이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나는 한가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환자의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 이상적인 의사들이 나오지 않을 암울한 현실을 맞이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의사 파업의 사태에는 현재 전문의인 대다수의 개원가의 의사들보다는 아직 의사가 되는 과정에 있는 많은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이 주축이 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들이 이번 파업에 가장 선두에 앞장서서 이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그렇게 열심히 우리의 말을 좀 들어달라고 애원했을까?

이번 파업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켜 보도하던 많은 언론들과 댓글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번 파업에서 우리는 단 한번도 수가인상이니 하는 돈 문제를 내건 적이 없다.

이번 정부가 졸속으로 준비하고 몰래 추진하던 공공의대 확대에 대한 반발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정말 많은 전공의들과 전임의들, 그리고 개원가에서 열심히 묵묵히 그들의 자리에서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의사 수가 부족하니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의사를 많이 배출해야만 해결될 거라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이미 그들끼리 공공의대 만들 자리까지 다 만들어두고는 한해에 400명씩 향후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우리 의사들이 단순히 의사 수를 많이 뽑는다고 반대를 한건가?

의사 한 명을 만드는 것이 그냥 의대 몇 개 더 만들어서 시간만 지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그간 서남의대 사태나 이미 실패를 인정한 의전원 제도를 통해 증명이 되었는데 또다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무조건 밀어붙이려던 정부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현재 불균형적인 분포를 보이는 의사들의 근무지와 전공 과목을 대학교 들어오면서 다 정해서 몇 년의 의무복무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생각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번 사태가 결국에는 매끄럽지 못한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열정을 가지고 동참하던 전공의들과 전임의들, 그리고 우리 어린 학생들이 많은 실망감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대생들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여부를 두고 이 정부는 힘을 가진 강자이면서 약자에 불과한 학생들을 상대로 화풀이하듯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면서 의사국가 고시의 재응시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들이 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하나? 이 사태를 만든 정부의 책임이다.

한 해에 400명씩 만들어도 부족하다고 외치던 그들이 한해에 3000명에 가까운 미래의 의사들의 앞길을 막아 놓고서는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한 대학 교수인 친구에게 파업 이후 돌아온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이 과거와는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심각하게 미래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흔히 말하는 필수과인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뿐 아니라 흉부외과 등과 같은 기피과 전공의들이 그들의 선택을 후회하며 전공의 과정을 그만둘 생각을 하기도 하고 미국이나 일본 같은 다른 나라에서의 의사생활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의사들을 그냥 돈만 밝히는 기득권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 나라에서 단순히 사명감만 가지고 살 수가 있을까 싶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지 15년이 넘은 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동적인 의사에 속한다. 수술도 가장 많이 하는 나이이고, 동기들은 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주축이 되어 후배들을 양성하는 위치에 있는 그런 의사들 중 하나이다.

앞으로 약 10여년 정도가 내 인생에서 의사로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시기일 것이다.

그 이후에는 현재 전공의나 전임의를 하고 있는 우리 후배 의사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이런 필수과나 기피과의 의사들이 더 이상 배출이 되지 않는다면 이제 앞으로 약 15-20년 후에는 내 자녀들과 가족들이 아파도 치료할 의사가 더 이상 없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현실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과연 심각히 생각하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공공의대를 핑계로 의사수만 늘인다면 결국은 우리의 의료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의대생들의 국가고시를 허용하여 당장 내년도 의사 수급 부족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힘없는 의대생들을 상대로 댓글 정치하는 걸 그만두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