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에 피어나는 꽃
수성못에 피어나는 꽃
  • 승인 2020.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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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청 시인

가로등불빛은 쓸쓸한 바람 타고

나의 영혼은 날개 펴고 밤하늘 날아

고요히 잠들어 잔잔한 물결 꿈꾸는 그대

수성못을 돌며 피어나는 꽃이여

해마다 못둑을 따라 알록달록 피는 꽃이여

어디에서 살며시 내려 왔을까

이름 없는 천상의 천사여

깊은 곳에서 품어내는 꽃향기이여

한 떨기 꽃잎은 바람 따라 흘러흘러

우리네 삶도 노저어 밤배 타고 가는 인생

너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거나

천상의 향기를 찾아 내일을 사는 영혼이여

푸른 하늘 날지 못해 고독한 그대여

수성못 돌고 돌며 젊은 추억의 되새김질

그 시절 그대 그리움 바람에 날아가고

그대 바람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꽃이여

다시 피고 져도 또 다시 피어나는 꽃이여

그저 세월 탓하지 않고 수성못 지킬 때

바람결에 꽃잎 흔들리는 슬픔에 빠져 울면

수성못 바람은 그대 가슴에 머물고 있다

◇문해청= 대구 출생. 1961生. 1992년 『실천문학』특선등단. 2018년, 《웹진 문학마실》 이달의 시인<문해청>, <한국작가회의> 대경지회 회원, 《민족작가연합》 대구경북지부 지부장, 시집: 2012년 『긴 바늘은 6에 있고 짧은 바늘은 12에』<도서출판 두엄> 출간,2014년 『미 8군 민들레』2017년 『붉은 안경을 벗어라』공동시집.

<해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으로 살아간다. 안 보이는 곳에서 와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갈망하다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다. 그것을 태어남, 삶, 죽음이라 한다.

본시 사람은 가진 게 없으니 내려놓을 것도 없다. 그러나 늘 가진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것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욕망과 초월이다. 인간도 물처럼 부드러움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새로운 나를 찾으려면 물처럼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물도 그 흐름을 거역할 때 격노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일생을 통해서 배워야만 한다. 자신의 일생을 알맞게 잘 쓰는 사람은 그 폭이 두드러지게 넓어진다. 대부분 타고난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낭비해서 짧게 만든다. 그리고 불가사의하게 여겨지겠지만, 아마도 사는 것 이상으로 평생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은 죽는 일이다.

늙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늙기 때문에, 죽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고 존귀하다. 강함이라는 말은 육체에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인간의 겉모습은 약하고 초라하지만 내면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담는 위대함을 갖고 있다. 살아있다면 날개를 펼쳐 마음껏 날아도 된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세상의 크기와 마음의 크기는 같이 간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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