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밥상조차 선별지원하는 정부
포스트코로나, 밥상조차 선별지원하는 정부
  • 승인 2020.10.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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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코로나 19로 인한 외식, 식품업체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동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보고 안타깝게 여기지만 사실 그들뿐만 아니라 코로나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오롯하게 감당하는 농·축산 생산업자들 또 기업, 학교 등에서 단체급식업을 하는 사람들과 그 종사자들도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후 전국적인 위탁급식 영업을 하는 급식업체 715개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식업체가 700여개나 폐업한 것은 최근 수년간 최대 규모다. 급식업체들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있지만 음식점과 노래방, PC방, 주점 등과 같은 고위험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특별피해업종에서 제외돼 재난지원금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통상적으로 급식업체는 한 학기 또는 연 단위로 나라장터의 경쟁입찰을 통해 학교와 계약을 맺는다. 납품 계약과 동시에 미리 인력을 배치하고 식자재를 선구매하지만 학교 측은 매월 배식 인원을 체크 해 추후에 정산한다. 이 때문에 등교 지연으로 급식이 중단 또는 축소될 경유 추가 인건비나 식자재 재고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급식업체의 몫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치르지 못한 식자재 대금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데다, 인건비와 고정 운영비 등을 더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 해고 및 폐업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급식 예산 활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4월 학교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에 빠진 농가 지원에 나섰다. 급식 중단으로 쓰지 않은 예산 3683억원을 투입, 학생 500만명을 대상으로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에 착수했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코로나로 급식이 중단되면서 학교 급식 등에 납품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가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며 이 부분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공론화되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낮은 탓에 소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작물을 그대로 폐기해야 한다는 이유가 배경이지만 정작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급식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은 나오지 않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계자의 의견에 따르면 "정부가 상반기 급식 예산을 활용해 농가·급식업체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농가들을 위한 지원만 이뤄진 것이며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급식업체들을 위한 지원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은 도시락 사업 등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지만 급식에만 매달려 있는 중소업체들은 더는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급식 입찰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고 모든 학교 급식은 사실 중소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위탁급식을 주 사업으로 하는 대기업의 매출 손실도 상당하다.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지난 1분기 급식사업에서 49억29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3분기에 조금 회복하였으나 이례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였다. 일부 기업들은 본업과 연계한 신사업으로 대응하고있다. 내식(內食)문화 확산에 맞춰 간편식에 집중하고 있다.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시장은 1인 가구가 늘고 '혼밥' 문화가 확산하면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HMR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HMR제품에 공을 들이면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밥이나 죽, 국·탕·찌개류가 중심이던 HMR 라인업이 육류와 수산물류, 반찬류, 안주류 등으로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이뿐만 아니라 밀키트(Meal Kit:모든 재료가 손질·포장되어 단순조리 후 바로 섭취가능)도 급부상중이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내 식품 산업의 구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기간 외식업계의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휴업'했다. 방역을 위해 기꺼이 생존권을 희생한 그들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사회에 맞는 새로운 외식 및 식생활 문화에 중소 식품업체와 급식업체가 자생할 수 있는 정책 지원 및 여건 조성이야말로 가장 업계가 원하는 것이다. 정부의 단발성 공공 일자리 창출에 쏟는 묻지마식의 현금지원정책보다 이처럼 좀 더 생산적이며 영속적인 의미를 줄 수 있도록 그 정책의 방향성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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