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스스로 오는 대학
신입생이 스스로 오는 대학
  • 승인 2020.10.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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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칼럼니스트
대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21학년도 입학 정원 55만606명보다 수능응시생은 6만명이 적다고 한다. 정원미달의 여파는 사립대, 특히 지방대가 고스란히 안는다.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고역이 될 것이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들은 어쨌든 정원을 고수하려든다. 대학에서는 수시모집의 경쟁률이 6대1 미만이 되면 미달이라고 말한다. 한 학생이 6군데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원미달 걱정은 서울이나 수도권은 예외다. 지방권 대학들의 수시 경쟁률은 평균 5.6대1인데 반해 서울권 대학은 평균 경쟁률이 14.7대1, 수도권대학은 10.5대1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의 위기는 2000년대 들어와 현실화 되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학 늘리기 정책이 화근의 뿌리가 된 것이다.

교육부가 내 놓은 ‘2021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방안’은 지방대학에 위기감을 더해 준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등 일정 기준을 두고 해마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대학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해 재정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해마다 거듭되는 일이지만 지방대학은 학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수들을 연고지 고교에 배치하여 담임교사와의 유대를 계속하는 전통적 방법은 물론 학과에 따라서는 전 신입생들에게 100만원 장학금 지급, 수시모집에 합격하여 등록하면 아이폰과 에어팟을 준다고 하면서 학생들을 유혹한다.

그런가 하면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입학생이 감소하자, 입학대상자의 연령을 확대하는 전형도 생겨났다. 대학들의 몸부림에도 해마다 정원 미달은 더해 갈 것이고 졸업을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여건에서 대학 입시시스템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는 사립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적 정책으로 재정과 행정력으로 통제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사립대학은 학생을 유치해야 생존할 수 있으므로 교수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강요하고 교수들은 폐과가 겁나 학생 모집에 최선을 다 한다.

지방 전문대학들의 고심은 비길 데가 없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밀리는 학생들이 전문대학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수시 6대1 미만의 걱정은 전문대학에서는 비율을 측정 할 수 없을 만큼 폭이 크다. 4년제 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의 입시상황은 더 비참하고 어렵다. 동남아 등 외국학생들을 유치하여 근근이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예측이 어렵다. 다행인 것은 전문대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짜고 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이 갖지 못한 잠재적 특수성이 있다.

영진전문대학을 보자. 이 대학은 학생모집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스스로 대학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직업이다. 일반적으로 직업의 속성은 생계유지, 역할의 실천, 개성의 발휘로 요약된다. 요즘 자기의 개성에 맞는 일을 직업과 연관시키기 위하여 학과 선택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에 대한 의식의 변화 때문이다. 영진전문대학은 일과 개성을 연관지우는 일에 앞장 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철저한 전문교육을 강화한다. 이 대학의 심벌인 ‘주문식교육’은 수시로 업그레이드된다. 이 대학 졸업자는 취직이 보장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의 모토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다’ 신선한 개척자의 정신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유(U)턴 교육’이란 것을 창안했다. 고교 졸업 후 직장에 다니거나 진로를 고민하던 사회인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 위해 대학에 다시 입학케 하는 교육시스템이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과 연관시켜 줌으로써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최근 3년간 사회적 유턴 입학생은 1천973명으로 전체 입학인원 7천893명의 약 25%를 차지한다. 유턴 입학자들의 대부분이 컴퓨터응용기계계열 및 컴퓨터정보계열 등 이공분야 학과에 집중되고 있다.

요즘 컴퓨터계열 일본전자반도체반 학생들이 들떠 있다. 일본 기업체에 취업하기로 돼 있는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묶여 있다가 한국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합의로 곧 일본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되어서다. 출국준비자가 170여명이다. 신입생 모집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학이 학생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면 스스로 찾아오는 대학으로 거듭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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